◎청와대 표정“노씨 조사 불가피” 인식/“민감사안“ 말조심… 국민감정비등 부담감청와대는 24일에도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으로 종일토록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한승수 비서실장과 이원종 정무수석, 김영수 민정수석등은 뉴욕에 체류중인 김영삼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면서 잇단 구수회의를 가졌다. 회의는 고위 정보관계자도 참석시켜 연희동의 동향과 독자적으로 확보한 비자금관련 정보를 보고받고 대응책을 다각도로 협의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통령이 당당하게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한 만큼 검찰에서 철저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말외엔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검찰수사가 진행중인데다 사안자체가 워낙 민감해 말의 뉘앙스만으로도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그러나 당초 연희동의 주장과 달리 문제의 3백억원 비자금이 노전대통령의 돈으로 밝혀진 이상 수사를 어떤 정해진 방향으로 몰고가는 것은 불가능하며 노전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는 인식은 분명히 하고있다.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로는 수사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사실들이 터져나올지는 우리로서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노전대통령 구속까지 요구하는 비등한 비난여론을 감안할때 핵심을 비켜가는 수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수사진전 상황에 따라 노전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라며 『그러나 주변인물 조사와 계좌추적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아직은 노전대통령을 직접조사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박계동 의원의 폭로이후 정치권에 갖가지 제보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현재까지 추가로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이 확인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물론 청와대의 곤혹감도 여전하다. 이번 사건을 쾌도난마처럼 처리할 경우 「파편」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데다 이미 수사단계를 훨씬 앞지른 국민감정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여권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정국운영의 새틀을 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자칫 문제를 잘못 풀어갈 경우 총선에 대비한 정국 시나리오가 큰 차질을 빚는다는 점도 마냥 외면할 수 없다는게 청와대의 고민이다.<이유식 기자>이유식>
◎연희동 표정눈치보며 해결책 모색/조속매듭 희망… 선택폭 별로 없어 고심
노태우 전대통령측은 일단 검찰수사결과를 지켜보고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있다. 이현우 전청와대경호실장이 문제가 된 4백85억원이 청와대의 통치자금임을 밝힌데 이어 24일에는 차명계좌를 개설한 이태진 전청와대경호실 경리과장도 검찰조사에 응한 만큼 이에 대한 여권핵심부와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대응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전대통령의 한 측근은 이와 관련, 『우리는 누가 뭐라고 해도 할말이 없는 입장이 아니냐』면서 『검찰수사가 진행중이므로 수사가 끝난 뒤에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말해 6공측에서 먼저 대국민사과및 해명등의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자칫 어설프게 대응했다가는 여론을 오히려 더 악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때문인 듯하다.
6공측은 자신들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현재상황에선 순리대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노전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재산헌납은 물론 심지어 고향인 대구로의 낙향과 외유까지 거론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6공진영으로서는 선택의 폭이 별로 없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이다.
6공측은 사태의 장기화가 자신들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아래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검찰수사가 일단락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검찰이 노전대통령에 대한 조사방침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음에도 불만을 표시하기는 커녕 오히려 『다른 방법이 없지않느냐』면서 서면조사는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검찰수사가 6공 비자금 전체로 확대되는등 사태가 악화될 경우에는 모든 정치자금의 전모를 밝히는 「옥쇄」작전도 불사한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한 측근은 『이번 일을 게임의 시각에서 보지 말아달라』면서 『검찰수사결과가 나오면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결국 노전대통령은 무리수를 두지않는 스타일대로 검찰수사과정을 지켜보며 향후 거취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장현규 기자>장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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