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들과 연쇄회담 외교력 과시/영 메이저총리 방한요청 긍정적 반응/한싱가포르 회담선 APEC공조 다져▷연쇄정상회담◁
김영삼 대통령은 23일 저녁(이하 한국시간) 유엔본부 지하1층 제6회의실에서 열린 유엔강화 16개국 정상회의에 참석, 유엔의 변화와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16개국 정상회의에서 의전서열 1위에 올랐으며 각국대표 기조발언도 첫번째로 나서 한국이 중견국가들의 유엔 강화노력을 선도하고 있음을 말해 주었다.
김대통령과 다른 나라 정상들은 회의실에 도착한 뒤 함께 기념촬영을 끝내고 각국의 유엔 개편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조연설에 들어갔다.
김대통령은 연설에서 『유엔의 개혁을 위해서는 각국의 자발적 기여도가 증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참석대표들은 박수로 김대통령의 발언에 호응했다.
회의에는 각 대륙을 대표하는 중견국가(MIDDLE POWER)들이 대륙별로 2∼3개국씩 참여했는데 우리와 브라질·체코·인도네시아·아일랜드·네덜란드·자메이카에서는 정상들이, 남아공·호주·코트디브아르·이집트·멕시코·인도·일본 등은 정상들을 대신해 외무장관 혹은 유엔주재대사가 대표로 참석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유엔대사관저에서 메이저 영국총리와 단독회담을 갖고 양국간 무역및 상호투자가 확대되도록 정부차원에서 최대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김대통령은 메이저총리에게 『내년중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초청했고 메이저 총리는 『내년 3월 아시아, 유럽정상회의 참석때 한국방문을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김대통령이 또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의 한국유치를 지지해 달라』고 요청하자 메이저총리는 『한국측의 희망을 충분히 유념하겠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대통령은 이어 24일 새벽 숙소인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에서 프레이 칠레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정상회담을 갖고 한·칠레간 특별동반자관계를 확대, 심화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
▷키신저 박사와 조찬◁
김대통령은 이날 저녁 숙소인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에서 헨리 키신저 전미국무장관과 조찬을 함께하며 한반도 문제와 동북아 정세변화, 유엔의 변화와 개혁문제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조찬은 24일 미국유엔협회가 주관하는 세계지도자상 수상식에서 키신저박사가 김대통령의 업적과 한국을 소개하는 연설을 하기 때문에 사전 상견례 성격으로 이뤄진 것으로 키신저외에도 미국측에서 화이트헤드 미국유엔협회회장과 다국적 금융회사인 미국제그룹(AIG)의 그린버그회장등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김대통령은 이날 상오 뉴욕공립도서관에서 열린 클린턴 미대통령 주최의 리셉션에 참석, 클린턴대통령 부부와 사진촬영을 한 뒤 참석자들과 칵테일을 나누며 환담했다.
김대통령은 클린턴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면서 『유엔 정상회의 연설에서 마약등 국제규모의 범죄에 공동대응하자는 얘기는 대단히 좋은 제안』이라고 인사하고 7월 워싱턴에서의 6·25 참전기념비 제막식 행사 참석차 방미했을때 미국민이 보여준 환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싱가포르 정상회담◁
김대통령은 이날 상오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고촉통 싱가포르 총리와 1시간여에 걸쳐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관계증진과 상호관심사를 논의했다.
회담에서 두나라 정상은 오사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공을 위해 공동 노력키로 합의하고 96년 3월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두 정상은 본격적인 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사진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며 지난해 11월 보고르 APEC 정상회담에서 만난 이후 안부를 묻고 유엔특별총회등을 화제로 잠시 환담을 나누었다.
김대통령은 고총리의 키를 화제로 삼아 『서양 사람보다 크다』고 하자 고총리는 자신의 키가 1백90㎝라고 소개하며 웃음으로 화답했다.<뉴욕=신재민 기자>뉴욕=신재민>
◎유엔 특별정상회의 주변표정/“유엔 세계인권문제에 등한시” 수천명 본부밖서 시위/미만찬 초청 못받은 카스트로 “클린턴 냉전시대 살아”
유엔 창설 50주년 기념 특별총회에 참석한 세계 각국의 정상및 대표들은 22일 각각 할당된 5분동안 대부분 희망적인 내용의 연설을 했지만 타국의 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난을 퍼붓거나 서로 충돌을 벌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과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보스니아 평화유지군의 장래 통제권을 놓고 충돌했고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의장은 유엔이 강대국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신식민주의」의 각축장으로 변모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과 뉴질랜드는 프랑스의 핵실험 재개를 비난했다.
이밖에 중국의 장쩌민(강택민) 국가주석등 일부 정상들은 유엔 분담금을 내지않고 있는 미국과 다른 나라들을 성토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총집합하다시피한 이번 유엔 특별 정상회의에 몇몇 국가의 정상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들의 불참이유도 제각각.
독일의 콜 총리는 선약을 이유로 킨켈 외무장관을 대신 보냈으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던 무바라크 이집트대통령은 행사일 임박해서 『원래부터 참석할 계획이 없었다』고 통보. 지난 8월 폭탄테러를 당했던 셰바르드나제 그루지야 대통령은 쿠데타가 발생할 지 모른다는 이유로, 스칼피노 이탈리아총리는 사임을 거부하는 법무장관과 싸우는 통에 참석하지 못했다.
○…정상들의 연설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유엔본부 밖에서는 수천명의 데모대가 유엔이 세계인권문제를 등한시하고 있다며 시위를 벌였다. 특히 지난 14일부터는 6명의 티베트인들이 중국의 티베트정책에 항의하며 단식투쟁을 벌였다.
○…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총회연설 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올리브색 군복으로 갈아 입고 60년 뉴욕 방문시 고급호텔에서 쫓겨난 자신에게 잠자리를 제공했던 할렘가의 한 호텔을 들렀으며 이어 미국 최대의 흑인교회중 하나인 어비시니언 침례교회를 방문.
흑인들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은 카스트로는 『클린턴은 아직 냉전의 시대에 살고 있는 듯 나를 만찬에 배제했다』고 환영만찬에 그를 초대하지 않은 클린턴 미대통령을 비난했다.
○…클린턴 미대통령 주최의 만찬장에 참석하지 못한 이란 이라크 쿠바 수단 북한 리비아 소말리아등 7개국은 「개가 초청장을 먹어버리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소리를 듣는 수모까지 당했다.
미국의 한 고위관리는 『수많은 초청장 가운데는 전달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도 상당수 있다』면서 『개가 이 초청장을 먹었다』고 농담했다는 것.<유엔본부=조재용 특파원>유엔본부=조재용>
◎정상회의 주요지도자 발언요지/클린턴국제범죄 퇴치 공동노력/옐친NATO대체 새 블록 필요/무라야마불·중 핵실험 즉각 중단/카스트로안보리 체제개편단행을
다음은 22일 유엔 특별정상회의에서 주요 지도자들이 행한 연설 요지이다.
◇빌 클린턴 미대통령=유엔이 본연의 위상을 되찾고 세계평화와 번영을 향한 여정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체제개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유엔은 회원국으로부터 모은 재정지원금액이 유엔 관료가 아닌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지원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유엔은 또한 테러등 국제범죄의 확산을 저지하는데도 이바지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이에 따라 ▲반테러국제조약을 체결하며 ▲마약단속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불법무기 규제 노력을 벌여야한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는「국제범죄 및 시민안전에 대한 선언문」에 서명해 국제범죄를 퇴치하는데 공동 노력해야 한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동유럽으로 확장을 꾀한다면 새로운 긴장관계가 조성될 것이다. 나토의 확대는 유럽통합을 저해하는 또다른 장벽을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스니아사태 해결과정에서도 유엔안보리가 소외되고 있지 않은가. 서방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일개 지역 조직체인 나토가 유엔안보리를 무시하고 무력사용을 결정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유럽의 긴장해소와 공동번영을 위해 나토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안보블록 창설을 제안한다.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일본총리=유엔은 핵무기를 제거하기위한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핵없는 세계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염원을 저버린 중국과 프랑스는 핵실험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두나라가 핵무기의 궁극적인 폐기를 향한 노력이 한층 가속화해야할 시점에 아직도 핵실험이 계속되는데 대해 개탄스럽게 생각한다. 국제사회는 이와함께 인구증가와 환경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본은 개발계획과 평화유지활동에 더 큰 역할을 담당할 준비가 돼 있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유엔은 강대국들의 신(신)식민주의 건설을 위한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일부 강대국들이 안보리를 자신들의 국익만을 위한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남미 및 아프리카, 10억인구를 가진 인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지 못한 것도 이를 입증한다. 따라서 유엔안보리의 체제개편을 단행해 새로운 국제질서를 창출해야 한다.
◇디오고 프레이타스 도 아마랄 50주년 기념 특별 총회의장(포르투갈)=유엔의 운명은 여러분의 손에 달려있다. 우리는 유엔이 비난세력의 손에 의해 사멸하도록 방치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유엔본부 외신="종합">유엔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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