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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공과 단절의지” 정면돌파/노씨 비자금 파문­여 핵심부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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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공과 단절의지” 정면돌파/노씨 비자금 파문­여 핵심부 대응

입력
1995.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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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발목 안잡히겠다” 단호/“노씨 신뢰상실” 처리수순 암시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문제로 국내정국이 온통 시끄러운 상황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22일 하오(한국시간 23일 상오) 유엔연설이 끝나자마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김대통령이 『문민정부의 도덕성을 걸고 관련자가 누구이든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정치적 고비가 있을때마다 보여온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도 김대통령이 특유의 정면돌파식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비자금사건은 또다른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김대통령의 철저수사지시는 6공과의 분명한 단절의지를 깔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대통령의 지시대로 한점의 의혹이 없도록 한계를 두지않고 수사를 한다는 것은 이제까지 금기시돼온 전직대통령에 대한 조사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보아야한다. 『비자금의 조성경위와 사용처에 대해 이현우 전 청와대 경호실장이 모른다고 할 경우 다른 관련자를 조사할수밖에 없지않느냐』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현정부출범이후 지금까지 율곡비리, 상무대비리등 6공과 관련된 사건이 당시 권력의 핵심부에는 접근하지못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사건은 「본격적인 6공비리」의 수사로 이어질수밖에 없다.

실제로 김대통령을 수행중인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에 의하면 이번 사건의 보고를 받은 김대통령은 크게 분노했다는 것이다. 이날 아침 서울에 있는 한승수 비서실장으로부터 전화보고를 받은뒤 김대통령은 처음에 사적 채널을 통해서 알아봤을때와는 달리 이런 결과로 나타나자 『이럴수가 있느냐』며 배신감마저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인사들은 또 김대통령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노전대통령에 대해 갖고 있던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김대통령의 개인적 심정은 앞으로 정부가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같다.

이와 함께 김대통령이 「한계없는 조사」를 지시한 것은 비자금문제에 관한한 6공과의 차별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민감할수밖에 없는 정치자금과 관련, 과거정권과의 연대속에 92년 대선과정을 거침으로써 6공과의 명확한 한계를 긋기 어려울 것이라는 정치권 일반의 시각을 일소해야겠다는 의미로 해석할수 있다. 그동안 6공비자금설이 나올때마다 마치 현정권과 「거래」가 있는 것처럼 야권이 주장하고 있는 것을 차단하고 더이상 과거정권의 문제로 발목을 잡히지않겠다는 뜻이다.

또한 남은 임기중 내년총선의 결과를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김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사건이 미칠 총선에의 악영향을 고려하지않을수 없었을 것이다. 금융실명제를 현정부의 개혁중 으뜸으로 꼽고 있는 김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적당히 얼버무리지않고 정공법으로 풀어감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어 총선에 임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몇몇 사람의 의지로 무엇을 덮어두는게 불가능한 때가 왔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도 이같은 김대통령의 마음을 반영한 것같다.<뉴욕=신재민 기자>

◎청와대 표정/「노씨측 이중플레이」 격앙/비자금설 확인때와 말 달라 상당한 불만/“충격 크겠지만 검찰수사 엄정하게 진행”

청와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한점의혹도 없는 철저한 수사방침을 거듭 천명하고있다. 유엔을 방문중인 김영삼 대통령은 23일 『이번 사건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조사하라』고 이홍구 국무총리에게 재차 지시했다. 이번 사건을 보는 김대통령의 의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계좌번호까지 공개하면서 질의한 것을 어떻게 덮어놓겠느냐』고 반문한 뒤 『진실은 결국 밝혀지는게 아니냐』며 여권핵심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대통령을 수행중인 한 측근도 『일단 문제가 제기된 이상 정확한 조사과정만이 국민의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진상이 밝혀지면 그에 따른 충격이 크겠지만 검찰수사는 엄정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대통령은 이현우 전 경호실장의 검찰진술내용을 비롯해 이번 사건의 전말을 서울에 남아있는 한승수 비서실장과 이원종 정무수석등을 통해 상세하게 보고받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수사상 필요할 경우에는 수사대상에 한계를 두지않겠다는 적극성을 천명하고 나선 것도 김대통령의 「철저조사」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같은 반응은 노전대통령측에 대한 현여권의 강한 불신감도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처음 문제가 제기됐을 때 청와대가 사적채널로 연희동쪽에 확인해본 결과 6공측은 『우리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전실장의 검찰진술내용이 알려지자 청와대측은 6공측의 「이중플레이」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하고있다. 김대통령도 6공측의 태도에 대해 무척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6공측에 대해 『신뢰를 잃었다』는 표현까지 하고있다. 이 관계자는 『이제는 무엇을 덮어놓는게 불가능한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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