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항공사업 등 특혜소문 “파다”/권력기업금융기관 난마처럼 얽혀정치자금이든 통치자금이든, 비자금조성과 운용의 기본원리는 권력과 기업과 금융의 「3차방정식」이다. 난마처럼 얽혀 있고 또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결국은 통치권력을 정점으로 기업과 금융기관이 주고받기식으로 연결되는 「비자금커넥션」에 의해 움직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밝혀진 신한은행 4백85억원 차명예금 역시 조성과 관리는 이같은 권력―기업―금융기관의 커넥션구도를 따랐을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조성의 가장 큰 파이프는 기업. 5·6공시절 재벌그룹이 청와대에 매년 수십억원씩 헌납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됐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92년 대선때 구체적 헌금내역까지 공개했었다.
기업을 통한 비자금조성에는 반대급부가 동반되지 않는 「정례헌금」도 있지만 구체적 이권과 맞바꾸는 거래도 많았다. 공사수주나 사업유치를 위한 헌금은 비단 재벌그룹만의 관행은 아니었다. 골프장건설 항공사업허가 통신사업자선정 LNG선건조업체 선정 등 고위층 인·허가사항인 굵직한 이권사업자가 발표될 때마다 야당에선 「특혜의혹」을 제기했었고 수백억∼수조원대의 정치자금이 오갔다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금융은 기업과 함께 비자금커넥션의 중요한 축이다. 정치자금의 공급처로서, 또 안전한 관리채널로서 금융은 정치권력의 장악대상이었다. 은행이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돈줄인 이상 금융을 장악하는 것은 곧 기업을 장악하는 길이기도 하다.
현정부 출범후 가장 먼저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스캔들에 휘말렸던 이원조·이용만씨가 6공시절 은행감독원장 재무부장관등 금융당국 최고책임자였다는 사실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정부가 은행을 통해 부채탕감과 조세감면혜택을 부여, 쓰러져 가는 기업을 살려줬을 때(산업합리화), 또는 부실한 특정기업을 다른 특정기업으로 인수시킬 때(부실기업정리)등 특혜정책이 나올 때마다 항상 「정치자금의혹」은 제기됐었다. 왜 기업들이 은행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아닌 정치권과 접촉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거래가 오고갔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정치의 금융통제력은 기본적으로 인사권에서 나왔다. 5·6공시절 특정인물이 「금융계황제」란 말을 듣게 된 것도 그의 은행장 및 임원인사에 대한 절대권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같은 비자금커넥션은 바로 6공비자금수사가 정치권보다 재계 금융계에 더 큰 파문을 몰고 올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이권따낸 기업은 뇌물공여죄 해당/“강요당한 준조세라도 탈세확인되면 처벌”/조세시효 5년… 90년 이전분은 조사어려워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실체가 속속 드러남에 따라 노전대통령에게 비자금을 준 기업들에 대한 검찰과 국세청의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관련자가 누구든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이에앞서 홍재형 부총리도 『검찰수사과정에서 기업의 탈법행위가 드러나면 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혀 비자금을 제공해온 재계에 대대적인 비자금조사 회오리가 불어닥칠게 분명해졌다.
국세청은 일단 검찰이 비자금 수사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검찰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으나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비자금을 제공한 기업들을 통보해올 경우 해당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회계상 「비자금」이란 항목은 없으며 합법적으로 영수증없이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접대비중 일부인 기밀비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수십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은 곧 탈세자금」이라는 것이 국세청의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기밀비 한도는 자기자본의 1%와 매출액의 0.035%를 합한 것으로 연간 매출액 1천억원, 자기자본금 5백억원인 대기업이라해도 기밀비 지출한도는 40억원에 불과하다』며 『기업들이 한번에 수십억원씩 비자금을 제공했다면 이는 탈세를 통하지않고는 조성하기 힘든, 비정상적인 자금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검찰이 비자금을 제공한 기업들의 명단을 통보해 올 경우 우선 비자금이 기업주 개인의 재산에서 지급된 것인지 회사공금에서 지급된 것인지를 확인, 회사공금일 경우 사실상 탈세자금인 것으로 보고 자금출처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조사결과 회사수익을 회계장부에 올리지않고 비자금으로 빼돌린게 확인되면 해당기업에 대해서는 탈루세금을 추징하고 기업대표는 조세범 처벌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다시 고발할 방침이다.
그러나 조세시효때문에 처벌을 받을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재계가 비자금에 대해 「초법적 힘」에 의해 강요당한 「준조세」임을 들어 반발한다해도 비자금 조성과정에서 탈세사실이 확인될 경우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조세시효가 5년임을 감안할 때 노전대통령 집권 중반기인 90년이전의 비자금에 대해서는 세무조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비자금 제공 기업주에 대해서는 탈세혐의와 함께 뇌물공여혐의도 추가된다. 비자금 제공 당시 청와대로부터 구체적인 이권을 받은게 드러나면 두말할 것도 없이 뇌물공여죄가 성립된다. 구체적인 이권이 드러나지 않는다 해도 재벌 기업주가 대통령을 방문, 비자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은행대출 대형공사수주등 기업운영의 편의를 도모하는 「기업애로사항」을 전달하는게 관행이어서 비자금 제공 기업주들이 대부분 뇌물공여혐의를 면하기 힘들다는 것이 검찰관계자의 지적이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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