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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밝혀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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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밝혀라(사설)

입력
1995.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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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임중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은 더 큰 의혹의 폭풍이 되어 정치권은 물론 전국을 휘몰아치고 있다. 국민은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하는 비탄과 함께 깊은 허탈감에 빠져 있다. 허탈감 속에는 엄청난 실망과 배신감도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최상의 약은 비자금에 관한 모든 진상이 규명되는 것 뿐이다. 노전대통령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된다. 국민에게 마지막 봉사와 책임을 다한다는 뜻에서 「통치자금」의 조성경위·규모·사용내역·잔액등을 스스로 낱낱이 밝혀야 한다.그동안 국민은 꼬리를 문 전직대통령의 4천억원 비자금설과 특히 박계동 의원이 일부 자금의 차명예치를 폭로했을 때 노전대통령측이 「우리와 무관하다」 「우리가 축구공인가」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반신반의했었다. 그러나 이현우 전 경호실장이 노전대통령의 자금이라고 밝혔을 때 국민은 우롱당했다는 점에서 더욱 배신감을 느꼈던 것이다.

또 노전대통령이 박의원의 폭로 다음날 이전실장으로부터 처음 알았고 즉각 검찰에 가서 밝히라고 지시했다고 하나 이 역시 거짓인데는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씨는 「노전대통령으로부터 거액을 받아 신한은행에 예금했으며 그것도 92년 11월 이전에는 어느 은행에 예치했는지 모르겠다」고 중요한 「진상」을 폭로한 것이다.

소위 불법적인 통치자금의 용처로 밝힌 대통령의 위로금·격려금이라는 것도 그렇다. 이것은 유신과 5공등 독재정권시절 민심무마용으로 통치권자가 검은 돈을 긁어모아 시혜하듯 했던 잘못된 관행으로 노전대통령이 표방한 민주화시대의 보통사람의 정신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사실 6공정권은 재임중 율곡사업, 동화은행비자금, 경부고속철도사업, 신공항건설, 상무대건설, 그리고 1백30여개 골프장 무더기 인가등과 관련한 비리설만으로도 국민이 의구심을 가져오던 터에 대통령이 통치자금명목으로 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은 이들 비리설에 대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어 씻기 어려운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비자금조성이 확인된 이상 이 사건은 적당히 덮어넘길 수는 없게 됐다. 그렇게 될 경우 전직대통령들에 대한 불신은 심화되고 국가기강은 뿌리째 흔들리게 될 게 뻔하다.

따라서 검찰이 직접 조사하기전에 노전대통령은 국민앞에 양심고백을 해야 한다. 재임중 언제 어느 재벌들로부터 어떤 명목으로 모두 얼마의 자금을 받아 어디에 썼고 얼마를 갖고 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렇게 해서 실추된 전직대통령으로서의 명예를 어느정도 되찾고 또다시는 집권자가 재임중 검은 돈을 모으는 일이 없도록 교훈이 되게 할 의무가 있다. 국민은 노전대통령의 결단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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