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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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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구경은 어린시절의 즐거운 추억중의 하나다. 공터에 서커스단이 자리잡고 트럼펫이라도 구성지게 불어제치면 마을은 들뜨고 개구쟁이들은 괜스레 바빠졌다. 천막을 들치고 제집 드나들듯 설쳐도 이를 눈감아 주던 서커스단 아저씨들의 넉넉함은 지금 생각해도 마음을 축축하게 해주지만 이젠 아스라한 추억일 뿐이다. ◆서커스만큼 민족과 애환을 같이한 볼거리도 드물다. 일제때는 갖가지 묘기와 끈적끈적한 단막극등으로 나라 잃은 설움을 달래주던 민족의 동반자였다. 활동무대가 좁았던 가수 배우등 예술인들에게 무대를 제공한 것도 바로 서커스였다. 대중예술의 고향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서커스단은 1923년에 창단된 동춘극단이 그 효시다. 6·25직전까지만 해도 국민의 사랑을 받았으나 TV 영화등에 밀려 이젠 그 존재 자체가 전설처럼 되어가고 있다. 현재 동춘 비룡 대우 천광등 4개단체가 남아 있을 뿐이다. ◆그나마 이들은 정책적으로 이를 육성 보호하는 일본 유럽등의 선진국들과 달리 온갖 박대속에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실정이다. 공연장소 확보의 어려움은 물론 공연 및 가설건축물신고 조차도 사이비 예술단체로 오인받아 거부되는등 길거리를 방황할 때가 많다. ◆행정쇄신위가 1백억원의 예산으로 고사위기에 처한 서커스를 활성화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곡예기능 교육장 건설은 물론 한강고수부지에 상설공연장을 만들고 공연신고절차등도 간소화하며 우수곡예인에 대한 정부포상도 정례화한다는 것이다. 외줄타듯 명맥을 이어온 서커스단의 멋진 묘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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