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지자체에 결정권 대폭 이양/주무 부처들 「밥그릇」 지키려 반발공공가격 규제완화작업이 부처간 이견으로 큰 차질을 빚고 있다.
22일 관계당국에 의하면 재정경제원은 지난 7월 중앙정부(재경원)의 직접통제를 받는 400여개의 공공요금 및 수수료 책정권한을 민간 지자체 주무부처등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공공요금·수수료 관리제도개선방안」을 마련했었다. 그러나 각 부처들이 공공가격 결정권한이 업계나 지자체에 넘어가는 것에 반대하면서「주무부처로의 이관」만을 고집하고 있어 불필요한 공공가격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당초 계획이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현행 공공가격 결정체계를 보면 ▲물가파급효과가 큰 철도 우편 전기 전화요금은 물가안정위원회와 국무회의심의를 거치고 ▲나머지 요금 수수료는 모두 주무부처가 재경원협의(사실상 승인)하에 정하도록 돼있다. 이같은 제도는 물가선도기능이 강한 공공가격을 물가당국이 직접 통제·안정시키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공공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국민생활과 무관한 요금·수수료까지 규제하는 바람에 가격체계를 왜곡시키고 민간자율성 및 경쟁을 무력화하는 문제점을 낳았다.
재경원은 이에따라 지난 7월 의료보험수가 국립대등록금 고속도로통행료 수도료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30여개 요금만 현행대로 재경원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나머지 가격책정에선 손을 떼기로 했었다. 이중 ▲경쟁여건이 충분히 조성된 폐수수탁처리수수료 자동차등록대행수수료등 30개는 업계자율로, ▲지방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공립박물관·미술관입장료 건축허가수수료등 40개는 지자체에 이관하며 ▲물가파급이 적은 여권발급수수료 농기계검사수수료등 남은 300여개는 주무부처로 넘기기로 했었다.
그러나 현재 각 부처들은 민간자율 또는 지자체이관대상에 포함된 요금·수수료까지 주무부처가 결정하겠다고 요구하고 있다. 폐수수탁처리수수료의 경우 제한된 수요에 관련업체가 70개가 넘어 충분한 자율·경쟁여건이 조성됐음에도 불구,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요금자율화에 반대하고 있다. 공립박물관 미술관도 지자체에서 짓고 운용하며 입장료수입 역시 지자체재정으로 직접 편입되지만 문화체육부는 입장료결정권한을 지자체에 넘겨주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각 부처들이 공공요금 자율화 및 지자체이양에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정부의 가격통제가 풀려 경쟁적 요금인상과 물가불안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나 업계자율에 맡기더라도 어차피 과도하거나 잦은 가격인상은 정부의 관리가 불가피한 이상 해당부처들의 반발은 설득력없는 「밥그릇」다툼에 불과하다는게 일반적 지적이다.
권한이 재경원에서 해당부처로 넘어가는 것은 규제완화가 아니라 규제이동이다. 민간이나 지자체입장에선 주체만 달라졌을뿐 규제는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정부의 「밥그릇지키기」의식으로 공공가격 관리제도개선작업 자체가 무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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