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출처 조사 등 불똥 “초긴장”/“기업들 본격 수사땐 경제전반 엄청난 충격”/또다른 사정 한파·전주들 이탈가능성 우려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예치된 300억원 비자금이 이현우 전청와대경호실장이 관리하던 노태우전대통령의 정치자금의 일부로 밝혀짐에 따라 정치자금수사가 재계와 금융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재계 및 금융계 관계자들은 검찰수사가 확대될 경우 노전대통령의 비자금 실체가 속속 드러나는 것은 물론 노전대통령에게 비자금을 건네준 기업과 이 자금을 관리해온 금융기관으로 불똥이 튈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그동안 노전대통령에게 비자금을 제공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에 대한 검찰 및 국세청의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기업이 정치권에 수조원의 정치자금을 대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아니냐』며 『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질 경우 경제 전반에 엄청난 파문이 일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경제계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조사가 이뤄지는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금융계도 이번 사건의 파장이 심각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300억원의 실체가 드러남에 따라 은행이 검은 돈의 은신처를 제공해왔다는 비난이 쏟아지지나 않을까 우려했다. 금융계는 검찰수사가 확대될 경우 관련 금융기관의 공신력이 크게 훼손되는 것은 물론 관련 임직원들도 어떤 식으로든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전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면 은행 고위관계자들이 깊숙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계에 또 한차례의 사정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그러나 『돈에 꼬리표가 붙어 있지 않는 한 어떤 예금이 정치자금인지, 비자금인지 알 수 없다』며 『은행에 비자금이 들어있었다고 해서 은행관계자들을 문책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은행감독원 고위 관계자도 『비자금을 예치하고 있었다고 해서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며 『다만 금융기관의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계는 이번 사건과 관련없는 전주들이 은행에서 빠져나갈 경우 금융권 전체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경제원은 23일부터 시작될 국회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비자금설과 관련된 야당의 파상공세에 대비, 입장정리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비자금설에 대한 재경원의 입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어느정도 정리된바 있지만 문제의 300억원이 노전대통령이 쓰고 남은 정치자금으로 밝혀짐에 따라 비자금문제가 재경원차원에서 대응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비화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김상철·유승호 기자>김상철·유승호>
◎“차명 동요막아라” 은행권 비상/세금걱정 진정시키고 계좌 외부유출차단 전력
은행권이 차명계좌에 이름을 빌려준 명의대여자들이 동요할 것을 우려, 대책마련에 나서는등 비상이 걸렸다.
22일 금융계에 의하면 은행권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실시를 불과 2개월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최초발설자」인 하종욱씨 경우와 같이 세금걱정때문에 은행원·예금주·차명자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은행권은 이번 사건이 차명계좌의 명의를 빌려준 하씨가 종합과세로 인한 세금부담을 걱정, 차명계좌의 예금조회표를 유출시켰던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같은 사례가 앞으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은행권의 가명(비실명)예금과 실명 미확인예금의 잔액은 지난 6월말 현재 5조2,6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중 만기가 돌아오지 않아 실명확인을 거치지 않은 정기예·적금등 정상적인 실명계좌도 포함돼 있지만 상당액이 차명이나 도명예금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은 신한은행의 이우근 이사대우가 서소문지점장 재직 당시 300억원의 자금을 합의차명 계좌로 은닉시켜준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일선지점장이나 영업직원들이 거액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차명계좌를 알선한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고 「제2, 제3의 하종욱」이 나타날 것을 우려, 관련계좌의 처리방안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은행권은 이에 따라 차명계좌에 이름을 빌려준 사람들에 대해 내년부터 종합과세가 실시되더라도 예금실소유자(예금주)가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을 알리는등 이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행권은 또 은행직원들에 대해서도 신한은행처럼 금융거래내역을 공개하면 금융실명제의 비밀보호조항에 위반된다는 재정경제원의 전문을 주지시키는등 차명계좌의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는데 애쓰고 있다. 또 일선 영업점의 금융정보 조회시스템에 대한 보안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영업점 간부들이 다른 지점의 단골 고객이나 거액예금주에 대한 금융거래내역을 뽑아보려면 주민등록번호나 계좌번호외에 비밀번호까지 알아야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유승호 기자> ◎실명제 위반 문책/금융 임직원 212명 유승호>
재정경제원은 지난 2년간 총 212명의 금융기관 임직원이 금융실명제 위반으로 문책을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또 실명제위반시 500만원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한 실명제 긴급명령규정에 따라 이들에게 부과된 과태료규모가 7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원에 의하면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93년8월이후 단 1건이라도 실명제위반사례가 적발된 금융기관은 은행 보험 투자금융 신용금고등 모두 61개로 점포수로는 107개에 달했다. 이중 지난해 8월이후 지금까지 실명제 위반으로 문책받은 금융기관은 총 20개, 점포는 22개였으며 징계임직원수는 57명이었다. 여기에는 은행장 증권·투금·신용금고사장등 최고위직 임원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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