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문제 미국측 입장타진 등 미흡/객관적 취재 정확한 보도자세 견지를한국형 SOFA “불평등의 극치”
10월20일자 한국일보 10면 왼쪽 하단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여기서 따옴표는 누군가의 말을 옮겨왔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본문을 아무리 읽어봐도 누가 그같은 말을 했는지 찾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이 기사는 취재원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 따옴표는 신문사에서 자의적으로 붙였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신문사의 의견을 누군가 다른 사람의 말로 바꿈으로써 기사에 대한 관심과 신뢰도를 끌어 올리고자 했음이 아닌가 한다.
우리 신문에서 자주 보는 편집방식이지만 이는 신문의 정도가 아니다. 제목은 두말할 나위없이 독자가 신문을 어느 방향으로 해석하는가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의제고정장치이다. 그만큼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고 기사의 본문을 정확히 요약해내야 한다. 이 기사와 함께 한국일보는 SOFA개정문제에 대한 논의를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주요기사를 10면의 거의 절반을 할애해 실었다. 기사의 소갯말에서 편집자는 『미 행정부와 의회의 고위관리들은 최근들어 한국내 SOFA개정여론을 미군범죄를 과장보도하는 한국언론의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일삼으면서 우리정부의 개정요구에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SOFA문제 특집의 기획의도가 잘 요약된 문장이다. 그러나 이 기사역시 취재원이 제시되지 않았다. 각 문장을 구성하는 서술어는 「해석되고 있다」 「알려지고 있다」등으로 모두 취재원의 존재를 흐리는 느낌을 준다. 가장 명시적으로 취재원을 짐작할 수 있도록 된 문장은 「우리측」과 「미국」을 주어로 삼고 있다. 기사의 세번째 단락에 몇몇 미국관리의 이름이 나오기는 하지만 여기서 미국을 이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우리측」에 대해서는 외무부인지, 법무부인지, 국방부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줄여 말하면 SOFA 특집기사들은 너무 쉽게 쓰여진 느낌이 든다. 이처럼 외교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다루면서 기사 어디에도 미국측 입장을 기자가 직접 타진해 본 흔적이 없다는 것은 취재가 충분치 못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거기에 우리측 입장을 전하는 협상 당사자의 견해도 직접 인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19일자 한국일보는 미 하원 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인 비라이터의원이 한국언론의 왜곡보도가 한미주둔군지위협정 개정여론을 부추긴다는 내용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전통적으로 우리 언론은 이같은 비난에 민감하다. 그만큼 자신들의 직업의식에 충실하다고 볼 수는 있으나 과거를 돌이켜보면 외국인들의 지적엔 겸허하게 반성할 부분도 많다. 특히 1980년을 전후한 격동기에 우리 언론은 비록 검열이라는 어쩔 수 없는 제약조건 아래서였지만 사실을 왜곡한 기록이 있다.
신문보도는 어쩔 수 없이 사실을 단순화한다. 국제문제일 경우에는 단순화의 정도가 한결 심하다. 그러다 보면 왜곡보도와 오보가 나올 가능성도 크기 마련이다. 한국일보는 월드리포트나 시의성있는 특집 등으로 다른 신문에 비해 국제뉴스의 취재나 편집이 훨씬 더 전진적인 느낌을 준다. 앞으로 국제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을 다룸에 있어 너무 애국적 결정에 치우치지 않고 상대국의 입장을 적극적인 취재를 통해 최대한 정확하게 기사에 반영하는 자세를 견지하면 국민의식의 선진화에도 크게 기여하리라고 생각한다.<신문방송학>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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