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상납만 연 1천억 추정/이권사업 즐비 엄청난 커미션신한은행 서소문지점의 가명예금 3백억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바자금임이 밝혀짐에 따라 이 자금이 어떻게 조성됐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계자들에 의하면 비자금조성은 최고 권력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권력의 핵심부에는 고급정보가 모두 집중되고 주요 정책이 이곳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비자금을 모으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대기업들이 상납이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모습을 띄며 불거진 것도 대통령선거를 앞둔 92년 모그룹 회장을 통해서였다. 그는 『88년부터 90년까지 매년 1백억원씩 상납했다』고 폭로했다. 보통 10대 재벌의 상납금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연평균 1천억원 이상이 되는 셈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초 『기업들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바꿔 말하면 과거에는 기업들로부터의 상납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정부의 정책 하나하나가 기업들의 생존에 까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은 「누이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서로 주고 받아왔다.
증시도 비자금을 모으기에 좋은 장소다.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각종 호·악재를 미리 알고 있으면 차액을 따먹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다. 장세가 좋으면 증시주변에서 『이번 장세는 누구 또는 어느 기관 작품이다』라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부동산도 좋은 재료다. 신도시 개발을 비록한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 때마다 정치자금과 관련한 소문이 뒤따랐다. 청주에서 영종도로 장소가 바뀐 수도권 신공항 부지 선정때도 영종도 주변에 모재벌이 땅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고 6공시절 1백30여개의 골프장이 허가됐을때도 같은 소문이 나돌아싸다.
전투력 증강사업인 율곡사업과 관련한 비자금은 덩치가 더 크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6공은 차세대 전투기를 당초에는 맥도널 더글러스사의 F18로 결정했다가 갑자기 제너럴 다이내믹스사의 F16으로 변경했다. 이와 관련한 정치자금 제공설은 미국에서조차도 문제가 됐었다.
차세대 전투기 뿐 아니라 대잠함초계기 등 총 수조원에 이르는 율곡사업은 한차례 도마위에 올랐었으나 끝내 미결로 남아 있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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