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편을 잃은 한 50대 여성의 이야기가 여성들 모임에서 화제가 되었다. 그는 삼십여년의 결혼생활을 하면서 두자녀를 잘 키워 모두 결혼시켰고, 알뜰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그는 10여년동안 직업을 가진 적이 있으나, 더 긴 세월을 전업주부로 살았다.남편이 갑자기 사망하자 그의 위치는 크게 흔들렸다. 그는 배우자를 잃었다는 슬픔 뿐 아니라 자신이 3명의 재산상속인중 한사람으로 왜소해졌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남편과 자신의 수입을 열심히 저축하여 이룩해온 재산, 부부의 노년을 위해 쓰려고 생각했던 남편 명의의 재산은 남편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 자녀들과 공동소유가 되었다. 그는 생전 처음 재산문제에서 자식들을 「타인」으로 느꼈다.
현행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재산상속분은 배우자의 몫의 1.5, 자녀들은 각기 1이다. 가장이 3억5천만원짜리 집 한채를 남기고 사망한 경우 아내와 두자녀가 있다면 아내는 1억5천만원, 자녀들은 각기 1억원씩 받게 된다. 자녀들이 재산 배분을 요구한다면 어머니는 살고있던 집까지 잃게 된다.
화제에 올랐던 그 부인은 집 한채와 어느정도의 저축을 갖고 있었는데, 곰곰 생각한 결과 아들 딸에게 유산상속 포기각서를 받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너희들을 교육시키고 결혼시켰으니 남은 재산은 어머니 몫이다. 내가 죽고난후 재산이 남거든 그때 나눠 가져라. 그대신 너희들에게 부담주지않고 독립적으로 살겠다』고 그는 말했다고 한다.
그 부인의 자녀들은 어머니의 요구를 저항없이 받아 들였다고 한다. 그러나 자녀들중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며느리와 사위의 이해관계도 개입할 수 있으므로 어머니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도 많다. 막대한 유산을 배분하는 큰 부자도 아니고, 중산층정도의 가정에서 아내가 이런 처지에 빠지는 것이 과연 옳은가. 그 모임의 참가자들은 일제히 『부당하다』고 소리쳤다.
자녀에게 노년을 의탁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을 감안할때 아내의 상속분 1.5는 너무 적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 갑자기 아들·딸들이 어머니 앞에서 자기 존재를 과시하게 된다』는 말은 가볍게 지나칠 이야기가 아니다.
결혼생활중 형성된 재산에 대해서는 부부공유로 보는 개념이 확산되는 추세속에서 아내의 상속분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배우자가 전재산을 상속세없이 물려받았다가 그의 사후에 자녀들이 상속하게 하는 방안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어머니가 재혼하거나 재산을 함부로 탕진할 우려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세울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