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아들과 같이 살고 있는 노인들 중에는 며느리와의 관계를 거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하루종일 집에 머무는것이 며느리에게 부담스러울까봐 신경을 쓰는 분들이 있다. 배우자가 없는 노인들이 이런 문제로 더 어려움을 겪는다.그래서 많은 노인들은 무작정 외출을 한다. 노인정이나 공원에 가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동네노인들끼리 모여 놀기도 한다. 모이는 장소로는 낮시간에 며느리가 없는 집이 가장 인기가 있다. 그댁 며느리가 상냥하게 맞아주더라도 자주 놀러가기가 미안하고, 불친절하면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시부모와 같이 있는 시간이 거북하기는 며느리도 마찬가지다. 하루종일 시부모에게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다른 일을 할수가 없고, 다른 일만 하다보면 냉랭하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외출할 일도 있고, 좀 쉬고 싶은 날도 있는데, 매일 점심식사를 차리는 일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많은 며느리들은 시부모가 하루종일 밖에서 지내는 것을 내심 다행으로 여긴다.
경제력이 없는 노인들은 싫든 좋든 집에서 점심을 먹을수 밖에 없지만, 용돈을 쓸수 있는 노인들은 혼자 식당에 가서 점심을 사먹기도 한다. 주택가에 있는 식당에는 으레 단골 노인손님들이 있는데, 혼자 오는 손님이 꽤 많다.
『나는 한평생 혼자 식당에 가는것을 상상조차 못했었는데, 남편이 돌아가고 아들네와 같이 살게된 후에는 혼자 식당에 가서 점심을 사먹는 날이 많다. 칼국수 라면 만두국등 입에 맞는 것을 먹는다. 처음에는 부끄럽고 서러웠지만 이젠 마음 편하다. 내 점심때문에 며느리가 신경쓸까봐 거의 매일 외출하곤 한다』 라고 한 할머니는 말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런 시어머니를 「독립적」이라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그 삭막함이 가슴을 에이는듯 하다. 한집에 살면서 점심을 따로 먹는 고부관계, 점심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서로 모르는척 하는 고부관계가 늘어난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어머니, 반찬이 없더라도 점심은 꼭 집에서 드세요』라고 말하는 며느리, 『내가 점심을 살테니 우리 칼국수 먹으러 가자』라고 말하는 시어머니를 기대하는것이 그처럼 어려운 일일까.
그 삭막한 관계를 풀어가려면 대화를 해야 한다. 『도대체 매일 점심을 어디서 잡수시는 거예요?』 라고 며느리부터 말을 걸어야 한다. 식당에서 혼자 점심을 사먹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며느리없는 집이 가장 인기있는 모임장소가 돼서는 안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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