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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추적·관련자 소환 병행/비자금 파문/정부조사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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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추적·관련자 소환 병행/비자금 파문/정부조사 어떻게 하나

입력
1995.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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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 폭로 증거자료부터 철저검증/차명3계좌 3백억 전주 규명에 주력이홍구 국무총리가 20일 국회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4천억원 차명예금 의혹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답변함에 따라 검찰, 은감원, 국세청등 정부 사정기관의 행보가 빨라졌다.

이총리가 조사주체를 적시하지 않은 채 『적법절차에 따라 조사하겠다』고만 언급, 각 사정기관간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조속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정부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기관의 합동조사쪽으로 입장정리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이번 비자금 의혹조사는 일단 재경원·은행감독원등 관계기관이 박계동 의원이 폭로한 증거자료를 검증한 뒤 검찰의 수사로 옮겨가는 수순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수사의 관건은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의 차명계좌 3개에 입금된 3백억원의 「괴자금」의 전주를 규명하는데 있다. 전주추적을 통해 문제의 자금이 박의원 주장처럼 노태우전대통령의 4천억원대 비자금중 일부인지, 아니면 사채업자나 대기업의 자금인지를 가려내지 않고는 의혹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점에서 은감원등 금융감독기관의 계좌추적과 검찰의 관련자 소환조사가 필수불가결한 절차로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자금추적전문가들은 3백억원이 신한은행에 예치될 당시 「정체를 알수 없는 40대초반의 남자」가 가져온 수표를 역추적할 경우 그 최종 귀착점에 도착하는 것은 시간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40대 초반의 남자가 가져온 1억, 5억, 10억원대의 수표는 워낙 큰 뭉칫돈인데다 자금세탁이 있었다해도 초기단계라고 볼 수 밖에 없어 추적이 어렵지않다는 것이다. 자금추적 과정에서 드러나는 계좌명의 대여자나 수표배서자를 소환, 자금흐름과정에 관계된 역할을 거슬러 추궁함으로써 최종 전주를 확인하는 것은 검찰의 몫이 된다.

우선 3백억원대 비자금의 차명계좌주로 확인된 (주)우일양행 하범수-종욱씨등 기업인들과 차명계좌알선자들인 당시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장 이우근씨등 은행직원 2명이 금명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사과정에서 전주의 탈세나 검은돈의 수수관계가 드러날 경우 사법처리문제가 핵심으로 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 조사의 파장은 검찰등 사정기관의 조사수위가 어느선에서 조절되는가에따라 달라진다.

안강민 대검중수부장은 이날 검찰이 관련자 3명을 출국금지, 사실상 수사에 착수했는데도 아직은 「확인조사」단계임을 강조했다. 범죄혐의를 발견하고 사법처리를 전제로 내사에 착수하는 통상의 수사절차와는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같은 입장표명에는 서석재 전 총무처장관의 발언사건때처럼 일단 진상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하면서 전주추적 결과및 여론의 향배, 정치권의 입장등을 고려해 본격적인 수사의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각오하고 비자금조사를 선언한데는 이미 3백억원의 괴자금의 전주를 확인했거나 적어도 노전대통령과는 무관한 자금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기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있게 들리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이다.<김승일 기자>

◎금융전문가들이 본 실체/“정치권 비자금” “사채” 양론/차명입금된 3백억원 무슨 돈일까/“수법 어리숙 「큰손」으로 보긴 무리”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차명계좌로 입금된 3백억원은 도대체 무슨 돈일까. 「검은 돈」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정치권의 비자금인지 지하금융가의 뭉칫돈인지 명확지가 않다. 다만 정치권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게 금융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돈을 맡긴 40대 남자의 신원도 밝혀지지 않은 채 아직도 2백40억원 정도가 실명전환되지 않고 남아 있어 의혹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지난 19일 계좌전표를 제시하며 비자금설을 폭로한 박계동(민주)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이 돈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4천억원」중 일부가 된다. 그러나 이는 아직은 「주장」에 지나지 않으며 근거에 구체성이 없는 상태다. 잠적한 이우근 전신한은행 서소문지점장이 직접 3차례나 은행에 찾아와 차명계좌에 돈을 입금했다고 밝힌 40대 남자와 실제 전주와의 관계가 드러나야만 돈의 실체가 규명된다.

금융전문가들과 검찰등 관계자들은 돈을 맡긴 방법, 시기, 이후의 자금관리양태 등을 볼 때 일단 3백억원은 큰 손이나 대기업이 세금포탈이나 금융실명제를 피하기 위해 맡긴 「검은 돈」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성격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서울 명동의 사채업자 조모(41)씨는 『금융기관에 도통한 큰 손과 대기업이 1백억원 단위의 뭉칫돈을 1억∼5억원짜리 수표로 3백억원씩, 그것도 1개 은행 지점에 집중예치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즉 큰 손이나 대기업의 수법으로 보기에는 너무 어수룩하다는 것이다.

3백억원이 6공 정치권의 비자금일 가능성에 더 초점이 모이는 이유는 돈이 맡겨진 시기이다. 돈은 정권교체를 앞둔 92년11월 처음 90억원이 입금됐고 이후 93년 2월과 3월에 각각 1백10억원, 1백억원씩 차명계좌에 들어갔다.

또한 정치권 비자금일 것이라는 의혹을 더하는 이유는 돈을 맡긴 이후의 자금관리 양태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된지 2년이 지났는데도 이 돈은 실명전환되지 않았을뿐더러 3백억원중 60억∼70억원만이 인출됐다. 기업비자금일 경우 이같은 거액을 방치해둔다는 것은 납득키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하지만 3백억원의 전주가 밝혀지더라도 정치권 비자금의 속성으로 볼 때 이 돈이 6공권력핵심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지 여부까지 드러날지는 미지수다.<고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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