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41점 출품 국제설계공모 김창일씨팀 1위영예/기다란 선형구도 단순·장대한 느낌/건물배치 등 부지규모에 최적 평가/2∼5위작도 다른박물관 설계 활용구조선총독부건물 철거이후 2000년대초 서울 용산가족공원에 들어설 새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손으로 설계된다. 주돈식 문체부장관은 20일 상오 국립중앙박물관 2층 전시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6∼19일 국립중앙박물관 국제설계경기 심사위원회를 개최, 김창일(정림종합건축사무소·54)씨를 최종설계자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2등은 크리스티앙 드 포르잠박(프랑스) 김병년 신재순(이상 한국)의 공동작품, 3등은 김현철 김용미 김상식 김석륜 김홍식(김홍식·이상 한국)씨의 공동작품, 4등은 베르너 크리스텐(스위스) 곽영훈 이승우(이상 한국)씨의 공동작품, 5등은 로랑 살로몽(프랑스) 김홍일(한국)씨의 공동작품이 각각 선정됐다.
연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김창일씨는 과학문화센터(91년), 숭실대박물관(87년), 동국대기념관(86년), 이화여대 1백주년기념관(86년), 무역센터 컨벤션센터(85년)등을 설계한 건축계의 중진이다.
김씨의 작품은 새 박물관 설계모델로 채택됨과 동시에 기본설계와 실시설계권이 부여되며 상금으로 미화 10만달러가 지급된다. 2등 당선자에게는 미화 8만달러, 3등과 4등에게는 7만달러, 5등에게는 6만달러가 각각 주어진다.
문체부가 지난해 12월 전세계 건축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계공모는 1단계 아이디어공모, 2단계 기본계획공모로 진행됐다. 5월말 마감된 1단계 공모에는 46개국 341점이 신청, 6월 1차심사를 거쳐 10점이 선정됐으며 이중 5점이 최종심사에 올랐다. 최종심사에 오르지 못한 가작 5점에는 각각 5만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2∼5등 작품의 소유권은 정부가 보유하며 앞으로 국내의 각종 박물관설계에 활용된다. 또 응모작 전체를 모아 11월 6일부터 2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회가 개최된다.
이번 공모는 국내 건축사상 처음으로 국제건축가연맹(UIA)의 공인 아래 국제설계경기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심사위원들은 1등과 2등 작품은 마지막까지 우열이 가려지지 않아 투표로 결정해야 할 만큼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았다고 밝혔다.
빌헬름 퀴커심사위원장(64·독일 뮌헨대교수)은 『김창일씨의 설계도는 부지규모에 적합하게 건물을 배치하고 복잡한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수용한 작품으로 멀리서도 공공건물임을 인식할 수 있는 강력한 인상을 준다』고 평가했다. 즉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거대하고 복합적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수용, 신중하게 설계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기다란 선형구조는 단순하면서도 장대한 느낌을 주어 세계적 규모의 박물관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퀴커위원장은 특히 『본건물 앞에 인공 연못을 설치, 주차장에서 본건물로 이어지는 우회도로 형식의 진입로는 복잡한 도시에서 평온한 문화공간으로 건너가는 산책로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바이킹이 타던 배나 장대한 성벽을 연상시키는 선형구조 때문에 설계자가 밝혀지기까지는 스칸디나비아지역의 건축가가 응모한 작품으로 생각했다고 말하고 있다.
2등 입상작은 중정식 구조를 바탕으로 수평형태의 건물과 자연환경, 복잡한 외부와 편안한 기분을 갖게 하는 내부 정원등의 대비를 강조했다.
◎국내 건축계 반응/“한국건축역량·수준 한단계 도약전기”
국내 건축사상 처음으로 국제건축가연맹(UIA)의 공인아래 국제설계경기 방식으로 진행된 새 국립중앙박물관의 설계공모전은 한국건축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국내 건축계는 세계적 수준을 지니고도 잇달은 대형참사로 대접을 못 받아온 한국건축의 역량이 신뢰성과 공정성을 지닌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한 나라의 건축문화는 물론 문화역량의 총결집사업인 국립박물관의 설계를 우리 손으로 하게 된 것은 해방이후 건축계 최대의 경사라는 반응이다.
이번 국제설계경기는 세계 건축계의 경연장이었다. 국내 응모작이 78건, 프랑스가 26건, 이탈리아가 23건, 미국과 영국이 각각 18건, 일본과 멕시코가 각각 17건등 국제 건축계의 내로라 하는 실력자들이 대거 참가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빌헬름 퀴커는 UIA부회장과 국제경기부장, 독일건축가연맹회장을 역임한 국제건축계의 거물이다. 심사위원중 가에 아우렌티는 프랑스 파리의 옛 철도역을 박물관으로 개조,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탈리아 건축계의 대표자이다.
건축계는 박물관 설계공모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내 건축계의 역량이 한 자리에 모아진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또 설계공모전을 통해 출품된 작품들을 앞으로의 건축에 참고할 수 있다는 점도 부수적 효과로 꼽고 있다. 11월6일부터 2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될 전시회에 각 대학 건축학과와 건축사사무소등에서 단체관람을 위한 문의가 벌써부터 잇따르고 있다. 이광로(서울대건축학과)심사위 부위원장은 『해방이후 처음으로 번듯하게 지어질 국립박물관을 우리 손으로 설계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1위 수상 김창일씨팀 소감/“한국 건축 세계가 인정 가슴뿌듯”
국립중앙박물관 국제설계경기에서 1등한 김창일(54)씨는 『이번 당선은 세계건축계가 한국건축을 인정해 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응모는 MBC사옥등을 설계한 (주)정림건축의 부회장인 김씨 명의로 했으나 실제 설계는 공동작품이다. 김씨는 『회사 설계사 20여명과 유홍준 영남대교수 등 역사 고고학 문화재등 다방면의 전문가가 자문역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들이 막판 3개월동안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작업했다고 소개했다. 심사결과가 발표된 뒤 김씨와 정림건축회장 김정철(63), 설계책임자 박승홍(41·이사)씨는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이 밝힌 설계의 주안점은 건물의 배치와 박물관으로서의 기능. 거대한 문화·녹지 복합공간으로 조성될 용산부지의 한 시설이라는 전제아래 설계를 시작했다. 우선 건물의 좌·우를 나누는 빈 공간 「열린 마당」을 마련했다. 「열린 마당」을 중심으로 왼쪽의 교육 공연 쇼 극장시설과 오른쪽의 전시시설을 나누어 관람객들의 혼잡을 막게 했다.
박씨는 『한국건축의 전통형식에 집착하지 않았으나 재료나 배치등에서 한국의 정서를 표현하려 했다』며 『벽의 모양은 수원성 남한산성등 6개 성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한국외대 영어과 출신으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I.M.PEI등 유수의 건축회사에서 근무하다 2년전 국내활동을 시작했다.<김병찬 기자>김병찬>
◎새중앙박물관 대역사 일정/97년 하반기 착공 2000년대초 완공 새 국립중앙박물관의 설계자가 최종 확정됨으로써 21세기 통일시대에 5천년 한민족의 문화유산을 보관, 전시할 새 박물관의 대역사가 마침내 시작됐다. 문체부는 내년 7월까지 기본설계, 97년 7월까지 실시설계를 끝내고 97년 하반기중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서울 용산가족공원부지에 연건평 3만3,000여평 규모로 건립될 박물관의 완공시기는 2000년대초. 건축비는 평당 1,000만원꼴인 3,300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3만3,000여평은 지금의 국립중앙박물관(연건평 1만6,000여평)보다 두 배가 조금 넘는 방대한 규모로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연건평 6만3,600여평),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연건평 4만7,700여평)에 비해 손색이 없다. 전시유물은 현재 5,048점에서 9,460점으로 늘어나며 수장유물도 현재 12만점에서 자연증가분 20만점과 대학박물관등에 위탁 수장하고 있는 10만여점을 합쳐 모두 42만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문체부는 새 박물관이 들어설 용산지역을 복합박물관지역으로 조성키로 하고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장기적으로 고고인류학박물관, 민속박물관, 자연사박물관, 과학박물관등을 세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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