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민족사관고등학교 인가받은 파스퇴르유업 최명재 회장(인터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민족사관고등학교 인가받은 파스퇴르유업 최명재 회장(인터뷰)

입력
1995.10.20 00:00
0 0

◎“민족혼있는 영재 한명이 600만명 먹여살리죠”/“주입식 탈피 칠판없이 교육/각계서 격려 너무많아 감동”/“재산은 아파트 한채면 만족/광고 거짓없도록 직접 쓰죠”최명재(69)파스퇴르유업회장은 한때 우유업계에 돌풍을 일으켜 주목을 받았던 사람. 그가 최근 한국의 「이튼스쿨」로 불리는 「민족사관고등학교」의 설립인가를 받아내 또 한번 관심을 끌고 있다. 최회장은 『내 일생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바탕이 비로소 마련됐다』고 가슴 벅차했다. 그의 꿈은 민족 혼이 살아있는 영재를 키워내는 것. 교사초빙 학생선발등 내년 3월의 개교준비에 동분서주하고 있는 그를 본지 이종구사회1부장이 19일에 만났다.<대담=이종구사회1부장>

―학교 이름을 「민족사관고등학교」라고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민족사관고등학교의 창학이념은 민족사관 교육과 수월성 속진교육입니다. 영재교육 뿐만 아니라 민족주체성 교육을 시키겠다는 뜻이지요. 학자들로 구성된 위원회에 이름을 부탁했더니 4가지 안이 나오더군요. 이중에서 다소 형이상학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창학이념과 가장 부합된다고 생각해 이 이름을 선택했습니다』

―민족사관고등학교는 어떤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까.

『영재교육에는 세가지 유형이 있다고 봅니다. 수학 과학등 과목별로 영재성을 키우는 미국식의 과목별 수월성 속진교육과, 학년단위를 뛰어 넘는 월반 수월성 속진교육, 그리고 교육과정을 1년이상 단축하는 압축식 속진교육으로 나눌 수 있겠지요. 이중에서 압축식 속진교육이 바로 제가 하고자 하는 교육방식일 것입니다. 기초적인 준비나 교육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영재교육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영재에게는 그에맞는 특별한 교육을 시켜야만 합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을 가르치면 흥미를 잃게 되고 학습을 등한시 하게 돼 결국 영재성을 잃어 평범한 사람이 된다든지 오히려 문제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3년의 과정을 2년내에 마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마련했습니다. 교과과정은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편성됩니다. 또 흑판도 없습니다. 영재의 특징은 끝없는 지적호기심을 가졌다는 것이지요. 주입식교육은 맞지 않습니다』

―그런 방식의 수월성 영재교육을 하기에는 현행의 교육관계법과 마찰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데요.

『사실 우리 교육현실에서 수월성 속진교육을 하기에는 벽이 너무 높습니다. 전임교육부장관 시절에 발표된 교육개혁안에 수월성 속진교육의 기초가 마련된 게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러나 그 뒤 어찌된 영문인지 용두사미가 됐고…. 현행 제도로는 영재교육은 불가능합니다. 일종의 영재교육 기관이랄 수 있는 특수목적고도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미국제도를 도입한 것인데, 기초는 없이 제도만 도입한데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과학고가 그런 예입니다. 진정한 과학영재가 과학고에 입학해야 그것이 올바른 영재교육입니다. 과학고 졸업자의 40% 정도가 인문계로 진학하는 것은 영재교육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이런 방식의 특수목적고 운영은 없는 것보다 못합니다. 학생과 국가 모두가 손해이지요. 미국은 철저한 준비를 하고도 만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완책까지 마련하고 있습니다. 일반 인문특수고가 바로 그것입니다. 제가 만들려는 것이 바로 이와같은 일반 인문특수고입니다. 이를 만들려고 하지만 신청도 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육영사업 특히 영재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동기가 있습니까.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는데다 땅도 좁고 인구도 적습니다. 땅에 비해 인구가 많을 뿐이죠. 있는 것이라곤 젊은이들의 영재성뿐입니다. 50년전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는 「한 명의 위대한 영재는 20만명의 국민을 먹여 살린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영재 한 명이 60만명 아니 6백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습니다. 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영재를 양성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무턱대고 영재만 키워서는 안됩니다. 혼이 있는 영재, 민족혼이 뚜렷한 영재를 키워내야 합니다』

―재벌회사도 아닌데 수백억원이 드는 육영사업에 왜 뛰어들었습니까.

『돈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지요. 돈많은 기업가들은 회사운영과 기업확장에 투자하고 남은 돈을 육영이나 사회사업에 투자합니다. 저는 아파트 한채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땀흘려 번돈을 자식이나 나를 위해 쓰지 않겠다는 것이 신념입니다. 돈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행복하는 과정까지만 돈이 필요하고 그 이상의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불행하게 되는 것 입니다. 돈 많은 사람들중 형제간 뿐아니라 심지어 부자지간까지 불화를 겪고 있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내 월급 1천6백만원으로 잘 쓰고 있고 건강을 위해 좋은 식사와 운동도 합니다. 그 이상의 욕심은 없습니다』

―민족고에 관한 신문기사등이 나가자 많은 국민으로부터 격려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사장실 전화가 마비될 정도였고 수백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뜻밖의 수많은 격려에 놀라고 감동했습니다. 한 대학생은 편지에 5만원을 부쳐왔고 인천의 한 중소기업가는 여력이 없어 학교비용 2백70억원의 1만분의 1을 10개월에 나누어 내겠다며 돈을 보내왔습니다』

―파스퇴르유업의 창업 및 성장과정에는 여러가지 일화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이 행운이었습니다. 우유에 대한 세계적인 석학인 일본인 후지에 사이스케(등강재조)선생님을 17년전인 52세때 기연으로 만나게 되면서 「좋은 우유」만들기에 평생을 바치게 됐습니다. 그 분의 가르침에 따라 스위스 우유공장에서 무급으로 일하면서 기술을, 프랑스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법을 배우는등 5년동안 공부했습니다. 아버지와 같던 선생님이 올 봄에 돌아가셨습니다. 49재때 유언을 공개했는데 선생님은 당신의 장서와 비품을 모두 저에게 물려주라고 했습니다』

―광고를 직접 쓰고 기획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광고는 거짓이 있어서 안되며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게 소신입니다. 광고인들은 회사사정과 제품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거짓이 나올 수 있습니다. 파스퇴르 광고를 촌스럽고 볼품없다고 하지만 내용은 반드시 실천하고 있습니다』

―최회장을 두고 「뚝심있는 기업인」 「철학있는 기업인」이라고 평도 하지만 「고집센 기업인」 「우유업계의 기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식적인 일을 하는데 왜 그런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아요. 기업도 상식적으로 운영해왔습니다. 우유는 당연히 유익해야 하니까 저온살균방법을 고수해왔고, 그렇게 반대하던 다른 기업들도 이젠 이 방법을 도입하지 않았습니까』

―평소의 좌우명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무슨 가훈이 있었겠어요. 직접 만들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후회없는 삶을 살자」인데 사훈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은이들에게는 「옳은 것은 굽히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사회도 옳은 것을 굽히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개인이 올바르게 성장해야 사회와 국가도 발전하는 것입니다』<정리=권혁범 기자>

◇최 회장 약력

▲1926년 전북 김제

▲1945년 전주 북중

▲1951년 서울대 상대

▲1952∼56년 상업은행

▲1977년 성진운수·성진공업사 설립

▲1977년 성진낙농 설립

▲1987년 파스퇴르유업 설립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