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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만에 미국방문 피델 카스트로(뉴스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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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만에 미국방문 피델 카스트로(뉴스 메이커)

입력
1995.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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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탈고립” 유화제스처/36년동안 입던 군복도 벗어던져/거침없이 “개혁·개방해야” 역설「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사회주의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의장(69)이 16년만에 미국땅을 밟게 됐다.

미국무부는 18일 카스트로 의장이 제50차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신청한 미국입국 비자를 발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카스트로는 60년과 79년이후 세번째 방미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물론 카스트로의 이번 방미는 22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유엔 정상회의 참석 목적으로 제한돼 있다. 국무부는 그의 비자가 21일부터 25일까지 유효하며 유엔본부가 소재한 뉴욕시로부터 반경 40이내 체류만 허용하고 있다고 토를 달았다. 또 미국 체류동안 카스트로와 미국관리가 접촉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카스트로의 방미 의미가 퇴색될 것 같지는 않다. 유엔 창설 50주년기념행사를 겸한 이번 총회에는 1백50여개국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돼 탈고립을 바라는 카스트로의 행보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카스트로는 빌 클린턴 미대통령이 첫 연사로 나서는 개막일에 14번째 연설을 할 계획이다. 또 이날 모든 참석자를 위한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 주최의 오찬과 개막 기념촬영이 예정돼있어 두 「앙숙」간의 대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스트로의 방미가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는 자의든 타의든 변혁을 모색해야 하는 그의 달라진 자세 때문이다. 59년 1월 친미 바티스타정권을 몰아낸 후 중남미 및 아프리카 사회주의혁명수출을 자임해온 카스트로가 이끈 쿠바는 이제 국민수준및 국가전반에 걸쳐 하향평준화만 이룬 박제된 이상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소련을 위시한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33년간에 걸친 미국의 경제제재로 파탄에 직면한 쿠바의 국민들은 굶주림에 못이겨 파고가 높은 카리브해에 무작정 몸을 던지며 떼거리로 조국을 탈출하고 있다. 정권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지적속에 「골수 사회주의자」인 그의 입에서는 자본주의 경영기법을 도입한 개혁·개방이 필요하다는 말이 거침없이 나오며 친서방 유화 제스처가 잇달고 있다.

지난 3월 프랑스를 첫 방문한 카스트로는 집권 36년동안 공석상에서 줄곧 고집해온 군복을 벗어던지는 파격을 보였다. 유엔 참석에 앞서 19일 콜롬비아에서 개막된 비동맹회의에도 역시 말쑥한 양복정장차림으로 등장, 달라진 「노혁명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윤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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