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멋 일깨워주는 생활지혜 “듬뿍”이 책은 그냥 책이 아니다. 저자는 책머리에 스스로 「상큼한 생활에세이」라고 부제를 붙였지만 역시 그냥 에세이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엄마의 사랑, 엄마의 갈등, 그리고 엄마의 사회의식에 이르기까지 네 아이를 길러내면서 겪은 엄마의 이야기들이 살아 움직이면서 우리의 가슴속으로 다가와 마음을 움직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길러 본 엄마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지만 저자가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들은 분명히 용기있는 고백이며 또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차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저자는 오늘의 교육문제로부터 10대들의 고뇌에 이르기까지, 사회적인 여성문제로부터 남편과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우리가 늘상 지나치며 살아가고 있는 교회, 기관, 심지어 손수레아저씨에 이르는 숱한 생활이야기 속에서 지혜를 말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들이 잊어버렸던 아름다운 기억이나 경험들을 되살려 주고, 또 문제해결의 실마리까지 손에 쥐어 준다. 그리고 저자는 삶의 멋이 무엇이며 멋지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들추어 내며 빈 가슴을 채워주고 있다.
그림을 그린다고 자신을 짧게 소개하고 있는 저자는 이 에세이도 그림처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글들은 때로는 담백하면서 정겨운 수채화의 묘미를 전달해 주기도 하고 때로는 섬세하고 풍요로운 동양화의 깊이를 느끼게도 하며 또 해체된 형상에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추상화의 상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글에도 분명히 소리와 색깔과 맛이 있어야 한다. 특히 에세이에는 이것이 잘 살아서 조화를 이루어 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에세이에는 적당한 시간적 여유와 공간적 여백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우리는 저자의 뛰어난 여유와 여백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아들 용걸이의 발문은 엄마와 아들의 대화가 아니라 「특별한 존재」로서의 그림자를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을 기르고 있는 이 세상의 숱한 엄마들이 반드시 읽어 볼 책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그저 때론 가족들과 얼굴이나 마주치곤 하는 아빠들도 꼭 새겨 들을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지금 조금이라도 철이 든 아이들이라면 이 책을 들고 자신을 돌이켜 보면서 눈을 돌리지 말아야 할 글들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쩌면 「백점엄마, 백점아빠, 백점 아들과 딸」이 되는 길을 보여주는 필독의 가족교양도서임에 틀림없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비로소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그것은 큰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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