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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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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영화평)

입력
1995.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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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청년과 30대 여인의 감동적 사랑「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은 19세 청년과 30대 여성의 사랑이야기다. 이 사랑은 청년 토메크가 일년동안 망원경으로 혼자 살고있는 마그다를 훔쳐보는데서 시작한다. 전형적으로 엿보기를 다룬 영화처럼 보이지만, 거장 키에슬로프스키답게 이 영화에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영화라는 매체가 보는 즐거움에 기반하고 있어 히치콕의 작품을 비롯한 많은 영화들이 여성의 몸을 엿보는 것을 축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영화들은 대부분 욕망의 대상인 여성을 처벌하는 것으로 종결된다. 이러한 관음증을 낳는 성도착증을 다룬 대표적 영화는 영국의 「엿보는 톰」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토메크는 마그다를 괴롭히고 처벌하는 대신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의식을 거행하듯 마그다의 생활을 규칙적으로 지켜보는 토메크에게 그 시간은 가장 의미있는 순간들이다. 하지만 육체가 관계되지 않는 그런 사랑의 방식을 마그다가 조롱하자, 그는 동맥을 끊고 자살을 시도한다.

이후부터 영화는 마그다의 시점으로 옮겨간다. 그래서 중년에 접어든 한 여성의 외로움에 관한 긴 이야기로도 읽힌다. 어느날 밤 토메크는 마그다가 우유를 쏟은 후 혼자 서럽게 우는 것을 본다. 이 장면은 퇴원한 토메크의 방으로 찾아간 마그다가 망원경으로 건너편 자신의 아파트를 보는 영화의 종결부에서 재구성된다. 그러나 이번엔 울고있는 자신을 위로하는 토메크의 존재가 보인다.

한밤중 울음으로 흔들리는 어깨를 감싸줄 사랑의 대상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키에슬로프스키의 사랑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 누구와 시작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사랑은 바로 관계 속에서만 사랑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그 관계속에서 이제껏 보여지던 대상이 보는 자로 바뀌는 순간, 사랑은 잠시나마 삶의 비밀을 보여주는 지혜로운 렌즈가 된다. 미소짓는 마그다의 눈의 클로즈 업으로 끝나는 마지막이 감동적인 이유도 그 눈이 우리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일 것이다.<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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