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스파이로 변신하라”/공작원 재교육에 석박사 대거영입/협상 도청까지 드러나 외교마찰도지난 7월중순께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극히 이례적으로 중앙정보국(CIA)을 방문했다. 명목상 방문목적은 직원격려및 시찰차원이었지만 클린턴은 이날 존 도이치CIA국장(56)에게 CIA의 향후 운영방향에 관한 중대지침을 하달했다. 무역경쟁국에 대한 공세적인 산업스파이 활동을 CIA의 「최우선」과제로 삼도록 지시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최근 도이치국장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CIA가 경제분야 정보수집에 역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하고 있지만 체제변신에 따른 부작용이 곳곳에서 돌출하고 있기때문이다. 우선 CIA의 무분별한 경제수집 활동으로 외교적갈등이 촉발되고 있다. 지난 2월 프랑스에서 산업정보를 빼내려던 CIA프랑스지부장등 5명의 요원이 추방되면서 미·불간 외교 마찰이 빚어진데 이어 CIA의 일본자동차 협상팀 도청사건으로 또다시 미·일간에 외교적 긴장이 조성되고있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미업계일각에서는 이처럼 외교마찰을 감수하면서 CIA가 수집해온 정보가 극히 초보적인 수준인데다 종합적인 분석능력도 떨어져 미국기업의 해외경쟁력 강화에 별 도움이 안된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도이치국장도 한 인터뷰에서 『간첩을 색출하고 군사정보를 챙기던 CIA 요원들에게 AT&T나 마이크로소프트사직원들처럼 첨단경제정보를 수집하라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한 주문』이라고 인정했었다.
도이치국장의 또다른 골칫거리는 경제정보수집분야에 적응을 못하는 CIA요원들의 높은 이직률. 가뜩이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25% 기구감축계획으로 직원들이 줄어든데다 생소한 경제분야로 업무가 전환되자 많은 직원들이 CIA를 떠나고 있다.
그러나 MIT교수출신으로 CIA개혁의 기치를 든 도이치국장은 CIA의 체제전환이 불가피한 대세라고 강조하고있다. 요원들을 MIT및 스탠포드등 유명대학에 보내 재교육시키는 한편 전문 석·박사 유치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와함께 CIA가 이미 외국주재 미기업에 위장파견한 1백명 규모의 산업스파이(NOCS)도 컴퓨터,금융계등으로 더욱 세분화시켜 산업정보 수집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