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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 대거 정계진출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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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 대거 정계진출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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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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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의 15대 총선에는 연예인들이 대거 입후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이나 영화를 통해 대중과 가까워진 연예인들의 정계진출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각 정당의 득표전략과 맞물려 다음 총선에서는 여의도를 향해 뛰는 연예인의 수가 어느 때 보다도 많으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이들을 보는 시각도 「당연한 참정권의 행사이며 대의정치의 정당한 발전과정」이라고 옹호하는 쪽과 「정치권과 연예인이 득표만을 위해 타협하는 현상」이라는 비판적 입장으로 나뉜다. 연예인의 대거 정계진출에 대한 각계의 의견등을 모아본다.<편집자 주> ◎출마예정 연예인/최영한·이덕화씨 이미 지구당 입성이어/정한용·서유석씨 등 10여명 여야 영입설

총선을 앞두고 유명연예인들의 거취가 궁금해지는 본격적 대중문화시대로 접어들었다. 정치권의 「연예인 모셔오기」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민자당이 최근 최영한(예명 최불암)의원을 나웅배 통일부총리가 맡고있던 영등포을에, 탤런트 이덕화씨를 광명갑지구당에 각각 포진시킨 것이 그러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아직 연예인들이 여야정당의 영입대상으로 거론되는 단계에 불과하고 본인이 적극적으로 선거준비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긴하다. 그러나 연예인들은 방송출연등 연예활동을 통해 이미 상당한 지명도를 확보하고있어 선거일(96년 4월11일)이 다가올수록 정치권진입을 시도하는 연예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국회에 진출해있는 최영한 이순재 정주일(예명 이주일) 강부자 의원 중 이순재의원이 최근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내년 총선불출마 선언을 했을 뿐이고 나머지는 15대 국회 재입성을 노리고있다. 이들외에도 상당수의 연예인들이 여야정당의 공천대상자로 거론되고있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여야정당의 영입설이 나도는 연예인은 탤런트 정한용씨와 소설가겸 방송진행자인 김한길씨등 모두 10명안팎이다. 이들은 대부분 지역구출마를 권유받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국회진출을 시도한 적이있는 영화배우 신성일씨에 대해서도 여권일각에서 영입설이 제기되고있다.

지난 92년 대선 때 김대중후보의 지지연설을 했던 정한용씨는 최근 마감된 국민회의의 조직책 공모에서 서울 구로갑에 신청서를 냈다.

MBC라디오 「푸른신호등」을 진행했던 가수 겸 방송인 서유석씨는 이미 15대총선 출마설이 무성한데 정당공천을 받거나 무소속으로 일산 신도시에서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방송진행자로 이름이 잘 알려진 이계진씨와 황인용씨도 정치권에서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뽀빠이 이상롱씨는 대전고를 나온 인연으로 민자당과 자민련의 영입대상으로 거론되고있으나 정작 본인은 『영원한 뽀빠이로 남겠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민자당 영입대상으로 거론되던 탤런트 유인촌씨도 최근 불출마쪽으로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장현규 기자>

◎외국의 사례/“깨끗한 정치” 실천 레이건·아오시마 성공/이 포르노 여배우 전 의원 정치를 “희화화”

잘 알려진 대로 영화배우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이다. 소위 「마카로니 웨스턴」의 건맨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고향인 캘리포니아주 카멜시에서는 인기시장이다. 올봄 일본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된 아오시마 유키오(청도행남) 도쿄(동경)도지사와 요코야마 노크(횡산 Knock) 오사카(대판)부지사는 코미디언 출신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그의 정치적 역량을 의심했고 『대통령 노릇을 연기하듯 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80년대를 풍미한 재선 대통령이다.

아오시마 도쿄도지사와 요코야마 오사카부지사는 TV 코미디프로의 인기 스타이면서도 30년 가까이 참의원 의원으로 일해왔다. 그러나 이들의 승리 요인을 지명도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부패한 기성 정치인에 신물이 난 주민들은 그동안 이들이 신념과 행동으로 보여준 깨끗한 정치에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들의 성공이 결코 벼락치기가 아니란 얘기다.

영화 「일요일은 참으세요」의 여주인공으로 유명한 멜리나 메르쿠리는 10년 이상 문화장관을 지내면서 외국에 약탈당한 그리스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데 힘쓴 역량있는 정치인이었다. 그가 사망하자 그리스 방송들이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애도특집을 내보낼 정도로 국민은 그를 아꼈다. 반면 이탈리아의 경우는 다소 희극적이다. 「치치올리나」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포르노 여배우 일로나 스탈러 전 하원의원은 이탈리아 정치를 한 판의 쇼처럼 만든 감이 없지않다.

그러나 그가 주장한 마약과 마피아추방은 진지한 정치적 요구임에 틀림없었다. 뭇솔리니 전 총통의 손녀이자 플레이보이 표지모델을 했던 여배우 알레산드라 뭇솔리니는 92년 봄 파시즘 부활을 외치는 극우정당 후보로 나와 이탈리아의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덴마크에서는 올해 초 「성 불구 남성의 권리 보호」 「날씨 개선」등 희한한 공약을 내건 코미디언이 국회의원에 당선돼 저급 코미디만도 못한 기성 정치를 국민과 더불어 조롱한 예도 있다.<오미환 기자>

◎찬성론/조순형 의원/연예인 전문집단 자리매김/권위주의 정치 불식 기대/국민참정권 확대 의미도

연예인들의 정계진출은 국민참정권의 폭넓은 실현과 전문가 집단의 우대·존중이라는 현대사회의 특성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정치인의 충원은 주로 고위공직자 출신이나 학자 언론인 오래된 당료등에 한정돼, 국민참정권 측면에서 폭이 좁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연예인의 정치참여는 정계인력 충원의 폭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연예인이 사회의 전문집단으로서 자리잡고 그 영향력이 커진 현실을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연예인들의 정치참여로 연예계에서는 대중문화종사자의 식견과 시각을 정치에 반영함으로써 대중문화발전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할 수 있고 정치권에서는 권위주의적 인식을 불식함으로써 상호보완작용을 기대할 수있다고 본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치인으로서 필수적인 최소한의 능력과 자질을 갖추지않고 단지 대중인기도만으로 정치권에 진출하고자 하거나 정당에서도 선거전략차원에서 이용한다면 건전한 정치문화형성에 장애가 될 것이고 대중문화인으로서도 올바른 처신이 아니다.

정치는 어느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는 국민통합적인 시각과 식견을 요구하며 정책적 능력을 요구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국민 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국민들이 정치에 나서려는 어느 집단이나 개인에게 과거 국민적 문제로 대두되었던 인권침해문제나 헌법질서문제에 대해 『당신은 사회지도층으로서 어떤 의사표시를 하고 행동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에 진출한 연예인출신 국회의원들이 정책활동보다는 때로는 정당행사에 찬조출연을 하는데 바빠 보람을 느낄 수 없다는 고백이 보도된 적이 있다.

연예인 출신의원들에게 정책분야에서의 성과를 요구하기보다는 찬조출연이나 요구하는 정당에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사회문제에 대한 헌신적 활동의 축적을 통한 정치진출보다는 대중인기도만을 믿고 정치에 진출한 연예인들의 자질과 능력 및 정치적 기반의 한계도 큰 문제이다.

나는 연예인의 정치진출을 찬성하는 사람이지만 TV뉴스앵커의 정계진출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전문인으로서 정치와 방송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보기보다는 정당정치의 필연적 요소인 당파성 때문에 뉴스의 생명이라고 할 공정성을 의심받게 하는 행위이며 정치와 방송 양자의 대등한 발전에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약력

▲59세 충남 천안 ▲서울법대 졸 ▲11, 12대 국회의원 ▲신민당 정무위원, 중앙당기 위원장 ▲민주당 최고위원 ▲국민회의 사무총장

◎반대론/방영준 교수/정치인충원 과정 개선없이 총선승리만 위한 스타선택/유권자 감성 악용 행위

대중적 인기스타들의 정계입문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치판의 수준을 생각한다면 이에 대한 논의를 한다는 자체가 매우 쑥스럽게 생각된다. 더구나 인기스타들의 정계입문을 반대하는 입장에 선다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한국정치의 후진성에 대한 논의는 널리 진행되어 왔다. 세계화의 구호속에서도 삼류정치 탈피에 대한 기대는 국민들에게 전혀 체감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원인은 정치인의 자질, 한국 정치문화의 특성, 정치구조및 제도등 복합적인 요인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있다. 일류정치 지향의 적극적 기대가 아닌 삼류정치의 탈피라는 소극적 기대는 먼저 정치충원 과정의 개선에서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충원은 대체로 지연 학연등의 인맥과 자금동원 능력이라는 폐쇄회로속에서 가동되어 왔다. 여기에 인기스타가 화려하게 추가되고 있다. 물론 인기스타의 정치입문이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치입문의 계기가 「수상하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은 스타들의 적극적 의지에 바탕을 두면서 열린 충원과정의 회로 속에 등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당선이라는 목적을 위해 검증절차를 생략한 채 폐쇄회로 속에 스타들이 선택된다는 점이다.

현대 대중민주주의의 병폐로서 흔히 거론되는 것중의 하나가 감성정치, 이미지정치의 문제점이다. 즉 정치인이 만들어 놓은 가상현실의 함정에 시민들이 빠져들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민주시민의 자질은 이 함정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에 비례한다.

대중적인 스타들은 가상현실의 영웅들이다. 시민들은 가상현실의 작은 영웅들을 통해 현실의 고됨을 푼다. 따라서 스타들을 정치판에 끌어 들이는 것은 유권자의 소박한 감성을 이용하는 영악한 장사꾼의 행위인지도 모른다.

또한 정치인 스스로가 자기의 전문성을 포기하는 것이며, 정치의 불신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제 작은 영웅들을 정치판에 빼앗기고 있다. 그 영웅들은 돌아오기 힘들 것이다. 정치의 흙탕물이 그렇게 만들 것이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이순재의원이 「대발이 아버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그래도 기대해 보자. 가상현실의 작은 영웅들이 현실의 큰 영웅으로 돌아오기를….

□약력

▲48세 서울 ▲성균관대 행정학과 ▲서울대 대학원졸―교육학 박사 ▲제7회 우관상 수상 ▲성신여대 국민윤리교육과교수 ▲성신여대 대학신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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