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히 살려했는데 세상이 날 외면”/은행대출 막혀 사채의존 빚 감당못해중소기업의 비극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최근 자금난에 따른 중소기업 부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성실하게 노력해온 40대 중소기업 사장이 부도에 몰려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7일 상오 10시30분께 서울 강남구 세곡동 엘리베이터 부품회사인 (주)Y전기금속 대표 최모(49)씨 집 지하 보일러실에서 최씨가 왼쪽 손목의 동맥을 끊은 채 숨져있는 것을 부인(43)이 발견했다.
최씨 옆에는 『나는 그동안 순진하게 살았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성실하게 살려했으나 세상은 나를 외면했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16절지 한장으로 된 유서가 놓여있었다.
최씨는 82년 회사설립후 90년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 직원 55명에 연간 매출이 36억원에 이르는등 비교적 규모가 큰 중소기업으로 발전시켰다. 그러나 3년전 거래업체가 문을 닫아 3억원의 연쇄부도를 당한데다 담보가 없어 은행대출이 어려워지자 무리하게 사채를 끌어쓰다 지난달 13일 41억원의 부도를 내고 도피했다.
최씨는 그동안 7차례의 부도위기를 맞아 대출을 요청했으나 은행측이 담보를 요구, 8남매중 여섯 형제들의 집까지 담보로 잡고 위기를 모면해 왔다.
그러나 사채이자가 월 8천만원에 이르는등 빚이 눈덩이처럼 늘어나 회사가 최종 부도처리되고 이들 형제의 집이 모두 경매로 넘어가게 되자 도피생활중에도 형제들에게 전화를 걸어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돼 미안하다. 못난 나는 이제 책임을 지고 죽어야겠다』며 울먹이곤 했다.
최씨는 10일에는 부인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며 불러냈다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농약병을 빼앗기기도 했다. 최씨는 15일부터 사채업자들을 피해 자신의 집 보일러실에서 숨어 지내왔다.<장학만 기자>장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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