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문화로 인정하자” 대학가 변화 바람/혼전순결서 동성연애까지 개방적 논의 활발『이제 우리 성을 이야기하자』 대학가가 성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가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 말하기를 꺼려왔던 성에 대해 신세대들이 말문을 텄다. 각 대학에서 성에 대한 세미나, 강연등이 앞다투어 열리고 있으며 총학생회들도 성에 대한 토론, 제안등을 내놓으며 성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학생들도 서슴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혀 더욱 논의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늘어나고 있는 성에 대한 논의는 『삶의 중요한 부분인 성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자각의 표현인 동시에 신세대의 개방적인 성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최근 부산대 인문대학생 2백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70%가 혼전성관계도 가능하다고 답했으며 40%이상이 동성연애자를 제3의 성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자유분방한 의식의 신세대에게 성에 대한 이야기가 어색할 리 없다.
건국대 총여학생회는 지난 5월부터 학교 학생회관에 「성상담소」게시판을 운영중이다. 임신, 피임, 낙태등 기초적인 성지식에서부터 성에 대한 사회인식, 매춘등의 문제까지 다양한 내용을 게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민대 총여학생회는 최근 여성문화제의 일환으로 열린 「연애·결혼·성」연속공개강좌를 통해 남녀의 성적만남을 정면으로 다루었다.
학생들은 「혼전관계에 대해 누가 지탄받아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남녀로 나뉘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학생들의 성논의는 젊은이다운 건강함으로 결론지워지는 경우가 대부분. 최근 서울시립대 총여학생회에서 개최한 「성과 정치」 공개강좌에 참석한 1백여명의 학생들은 낙태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뒤 방종한 성개방은 안된다고 결론지었다.
숙명여대에서는 건전한 성문화와 올바른 부모됨에 대해 연구하는 「성문화연구회」동아리가 발족을 앞두고 있다. 이 동아리 준비위원회에서는 지난 12일 「열리는 성문화」라는 주제로 공개세미나를 열고 정신건강의 측면에서 성을 새로이 조명하는등 건전한 접근을 시도했다.
기성사회에서 발붙이지 못하던 동성애 논란도 대학가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등에 동성애자 모임이 하나둘 생겨나 학교측에 「동성애문화의 이해」특강 개설허가를 요구하는등 활동을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갑자기 쏟아져나오는 성에 대한 담론이 오히려 말초적인 호기심만을 자극할 뿐이라는 비판도 만만치않다.
최근 파격적인 표어와 대담한 조형전시물등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킨 연세대의 「성정치문화제」에 대해 『발상이 너무 말초적』이라고 비난하는 학생도 상당수 있었다. 한 기독교학생단체에서는 이에 항의, 포스터를 떼어내는등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미적십자사 에이즈교육담당관인 조명환(건국대 생물학과)교수는 『성을 터부시하는 우리의 문화가 오히려 부정적인 면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라며 『성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 것 자체가 긍정적 변화를 암시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김경화 기자>김경화>
◎성의 공론화 이렇게 생각한다
○시립대총여학생회장 이영화양/바른 성문화 정립위해 바람직
『은밀한 성, 감추어진 성이 아니라 좀 더 건강한 통로를 통한 올바른 성, 드러내는 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세워야 합니다.』
서울시립대 11대 총여학생회장 이영화(22·환경조각과 4년)양은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성논의에 대한 의의를 이렇게 설명한다.
서울시립대 총여학생회에서는 지날달 26일부터 지난 4일까지 「열린대학」을 개설하고 성교육 성정치학 남성문제 페미니즘등이란 주제로 모임을 가졌다. 특히 성교육과 남성문제세미나에서는 1백여명의 학생들로 사회과학 시청각실이 발을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학생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성」은 인간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성에 관해 적극적인 교육은 회피한채 순결만을 강조해 왔다』고 말하는 이양은 『이에따라 여성들에게는 처녀막중심의 순결만이 강요돼왔고 그 결과는 성에 대한 무지로 이어졌다』며 올바른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양은 『지난해 복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0%가 매춘부와 성경험을 갖고 있었다』며 『젊은 남학생들까지도 가부장적인 사고에 젖어 여성들에 대해 순결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이중적인 행동을 하고있다』고 지적했다.
이양은 『그러나 최근 대학가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성에 대한 일련의 논의들이 추구하는 바는 감추어져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잡자는 것이지 성개방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윤태형 기자>윤태형>
○서울대 대학원생 이준엽씨/말초신경만 자극 성문란 우려
서울대 대학원 이준엽(28)씨는 스스로를 「보수적 리버럴리스트」라는 다소 애매한 개념으로 규정짓는다.
이씨가 굳이 「보수」와 「진보」라는 대립용어를 함께 쓰는 이유는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진보주의자들의 급진적 주장을 수용해야 한다고 믿으면서도 성에 대한 최근의 활발한 논의에 대해서는 수긍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이씨는 여성의 일방적 순종을 강요하는 유교적 관념에 반대하고 여권운동에 대해서도 호의적이다. 이씨가 성에 대한 논의의 공론화에 유보적인 이유는 자칫 성문란이나 개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씨는 성개방에 반대하는 자신의 입장을 역지사지론으로 설명한다. 『입장을 바꿔 자신의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더블데이트를 한다면 도저히 묵과할수 없다』는 「이기심」이 이씨의 가장 큰 논거다.
이씨는 『성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도 막상 자기일이 되면 극히 보수적인 태도로 돌변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문란한 성으로 건강을 해칠수 있다는 것도 또다른 이유다. 휴가나갔다가 순간적인 충동으로 1∼2달 넘게 고생하던 군대 동료들에 대한 기억이 이씨에게는 아직도 생생하다.
이씨는 성의 공론화가 나름대로 바른 성문화를 정립하는 측면이 있는것은 인정하지만 그보다는 자칫 말초적인 호기심을 유발하고 건강한 의식마저 해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수 있음을 경고한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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