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수 없는 상처 피맺힌 육성증언/일 양심적 연극인의 반성·사죄담은 「거짓말쟁이 여자,영자」도 무대에무라야마(촌산)일본총리의 한일합방유효 발언으로 한·일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이즈음 실제 종군위안부였던 할머니의 피 토하는 증언과 일본의 양심적 연극인의 반성이 두 편의 위안부연극을 만들어낸다. 91년에 위안부의 실상을 처음 공개증언하고 나선 김학순(71)할머니는 「노을에 와서 노을에 가다」(11월2∼7일 국립극장 소극장)에 출연하며 일본연출가협회 이사장인 후지다 아사야(등전조야)는 자신이 쓰고 연출한 「거짓말쟁이 여자, 영자」를 11월17일∼12월17일 은행나무소극장에 올린다.
「노을…」은 연출가 홍민우와 배우 허길자부부가 창단한 극단 빛누리의 첫공연. 하종오시인의 원작이다. 허길자가 위안부역을 맡으며 김할머니는 공연중 20여분간 대본 없이 육성증언을 한다. 김할머니는 『끌려다니며 당한 얘기를 어떻게 다 말로 합니까? 지금 해야 할 일을 얘기해야죠.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나 알아야 할 거 아닙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후지다는 극작가겸 연출가로 70년대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을 다룬 연극 「쓰여지지 않은 페이지」를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그와 지속적인 공동작업을 계획중인 한국의 나이테기획이 제작하며 김은영 김승덕 두 배우가 지난 10일 일본에 건너가 연습을 시작했다. 후지다는 『불행한 역사를 만들어 온 장본인의 자식으로서, 사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편의 연극은 하나의 사슬을 이루는 고리처럼 연관되어 있다. 14세에 위안부로 끌려간 여주인공의 일생을 펼쳐보이는 점도 공교롭게 닮았다. 「거짓말…」에서 고향으로 돌아가 위안부로 지낸 사실을 숨기며 살아온 영자가 일인들의 잇단 망언에 참을 수 없어 입을 여는 것은 마치 김학순할머니를 그리고 있는 듯 하다. 배우가 자신의 삶을 회상하는 끝무렵에 김할머니가 등장하면 연극은 현실로 돌아와 현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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