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힘 느낄수 있는 독특한 창법… 「하얀나비」 등 팬사랑김정호(1951∼1985년·본명 조용호)의 노래는 사람의 심연을 훑는다. 짧은 인생을 살다 갔다는 선입견 때문이 아니다. 그의 목소리와 노래에서 보통 사람과는 다른 신비한 호흡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매력은 끊길듯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면서도 내면의 힘을 쏟아내는 창법, 인생의 단면이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를 한꺼번에 관통하는 시적 정서이다. 이것은 종종 한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김정호를 알았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를 앗아간 것은 병이 아니라 그 한의 노래』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포크계열로 분류되지만 우리 전통가요의 맥락에서도 뚜렷한 위치를 차지한다.
김정호는 자신이 작사·작곡한 「이름모를 소녀」로 1973년 가요계에 데뷔했다. 이미 1년전 듀엣 「어니언스」가 부른 「작은 새」의 작곡가로 소개된 뒤였다.
<버들잎 따다가 연못 위에 띄워놓고 쓸쓸히 바라보는 이름 모를 소녀 밤은 깊어가고 산새들도 잠들어…>버들잎>
달빛같이 창백한 얼굴로 불렀던 이 노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크게 인기를 얻었다. 당시 건설의 망치소리로 떠들썩했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약한 노래」로 점찍혀 방송등에서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이 노래는 김정호라는 이름 석자를 팬들의 가슴에 새겨놓는데 충분했다.
이후 그는 「날이 갈수록」등으로 인기를 이어 나갔고 병마의 그림자가 드리우던 1976년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한 노래「하얀나비」를 발표했다.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을 음∼ 그리워 떠나갈 님인데 꽃잎은 시들어도 슬퍼하진 때가 되면 다시 필걸 서러워>음∼>
폐결핵이 심해지면서 김정호는 가요계 일선을 떠났다. 8년 가까이 작곡으로 소일하며 병마와 싸웠다. 그동안 12번이나 이삿짐을 싸는등 가계는 말이 아니었지만 노래를 하고 싶은 욕망은 더이상 억제할 수 없었다.
1983년 말 김정호는 수척해진 얼굴로 재기 음반을 냈다. 「고독한 여자의 미소는 슬퍼」 「님」 등 이때 발표한 그의 노래는 이미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서 있었다.
주위의 안타까움을 뿌리치고 그는 85년 11월29일 정오 서울대병원에서 하얀 나비가 되어 날아갔다. 부인 이영희씨와 당시 여덟살난 쌍둥이딸이 곁에 있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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