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모임에서 중년이후 세대들이 자신의 건망증에 대해 털어 놓았다.『지난 토요일엔 결혼식등 갈 곳이 많아서 아침부터 마음이 분주했는데, 서둘러 세수를 하고 화장을 한후 깜박 잊고 또 세수를 했지 뭐예요. 두번째 화장을 하다가 내가 조금전에도 화장을 했다는 기억이 났어요』
『나는 며칠전 완전히 정신이 나갔었어요. 시장에서 취나물을 사왔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잖아요. 얼마후 빨래를 점검하려고 세탁기를 열었더니 취나물이 빨래감들과 신나게 돌아가고 있어요. 세탁기위에 나물봉지를 놓았다가 나도 모르게 나물을 세탁기에 집어 넣었나 봐요. 나물을 겨우 건지고 나니 세탁기가 고장났어요. 애프터서비스를 불렀더니 고장이 안났다는 거예요. 내가 세탁기 뚜껑을 열어둔채 탈수를 하려니까 작동이 안됐다는걸 깨달았지요. 그 사람앞에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요』
각자의 건망증을 털어놓다 보면 한바탕 폭소가 터지고, 으레 치매걱정을 하게 된다. 그날 모임에서는 「치매환자의 알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요즘에는 병원에 가서 검사하면 치매가 진행중이라는 것을 미리 알수 있는데, 나는 그 사실을 본인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치매가 심해지면 정신이 완전히 파괴되기 때문에 다른 병에 비해서 환자의 알 권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정신이 있을 때 자신의 생을 정리하고, 가까운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길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치매가 심해지면 기억력뿐 아니라 인격도 파괴되므로 자신이 그런 상태로 갔을 때 세상과 격리시켜 달라는 등의 당부를 할 수 있게 하고, 주변에서는 그 당부를 철저히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치매는 슬픈 병이다. 위대했든 평범했든 생은 그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노년은 생을 완성하는 뜻깊은 시간인데, 치매에 걸리면 그 뜻깊은 시간을 잃게 된다. 한평생 키워온 인격·지식·사랑·업적·계획등은 그 병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고 뒤죽박죽이 된다. 그런 비참한 상황이 오기전에 환자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자는 것은 옳은 주장이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의 황혼으로 가는 여행을 시작했다』는 감동적인 편지로 레이건 전미국대통령은 자신이 치매에 걸렸음을 미국인에게 알렸었다. 치매환자의 알 권리가 왜 중요한지를 이 편지는 웅변으로 말해준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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