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제로 번질까 경계/대북교섭과정 입지약화도 우려일본정부가 이번주중 정리해 발표할 한일합방조약에 대한 통일견해는 체결과정에서의 강제성과 불평등성을 인정하면서도 「국제법상은 유효하다」는 내용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정부는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총리가 지난 1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조약체결당시 양국관계는 실질적으로 불평등한 상황이었다』고 한 발언을 토대로 금명 무라야마총리, 노사카 고켄(야판호현)관방장관, 고노 요헤이(하야양평)외무장관등 3명의 협의를 거쳐 이같은 통일견해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같은 일본정부 견해는 65년 사토 에이사쿠(좌등영작) 당시총리가 「한일합방조약은 양국의 자유의지에 따라 평등하게 조인됐다」고 밝힌 종래의 공식입장에서 후퇴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조약의 원천적인 무효인정 및 65년 한일기본조약 제2조의 재해석」에는 미흡한 것이어서 양국간의 외교적 마찰이 조기에 수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부가 이처럼 「조약이 법적으로 유효하게 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외무성의 입김이 작용한 때문인것으로 알려졌다. 외무성측에선 무라야마총리가 『조약체결당시 군함등을 동원, 위협한 사실이 있었던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나 노사카관방장관이 『한일합방조약은 전반적으로 강제적인 것이었다』고 강제성을 인정한데 대해 맹렬한 반발을 보였다. 특히 하야시 아키라(림양)조약국장은 『국제법상 조약이 무효가 되려면 교섭체결 당사자에 대해 신체적인 위협이나 강압이 있었어야 하는데 한일합방조약의 체결때 이런 상황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외무성 관료들은 『총리를 포함, 사회당출신 각료들이 책임질 수 없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들은 또 『무라야마총리나 노사카장관의 발언은 당시 교섭당사자에게 위협이 있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어 자칫하면 국제법상 조약의 유효성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 대목이 바로 일본정부의 속사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외무성은 특히 무라야마정권이 한국측의 요구를 수용, 한일기본조약 제2조의 해석을 달리 할 경우 양국간의 배상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일본이 한일합방조약의 원천적인 무효를 인정하더라도 일본의 입장을 고려, 배상이나 보상문제는 재론치 않겠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약속했지만 일본은 「조약체결의 유효성문제는 타협이나 양보의 대상이 될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조약의 무효를 인정할 경우 조만간에 있을 북한과의 국교정상화교섭에서도 과거 식민지지배에 대한 배상문제에서 북한에 약점을 잡혀 불리한 처지에서 협상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도쿄=이재무 특파원>도쿄=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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