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단순한 사랑이야기는 싫다/야망·시대성 강조 멜로 탈피 노력… 극단적 성격 흐름은 어색미니시리즈 「바람의 아들」(KBS 2, 수목 하오9시50분)은 한 여자와 그를 사랑하는 세 명의 젊은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바람의 아들」은 이 단순하고 새로울 것 없는 내용에 갖가지 다른 요소들을 첨가해 가공하고 있다. 비극적 사랑을 위해 복잡한 인간관계를 끌어들였고, 극의 긴장을 유지하기 위해 가족간의 갈등과 복수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해방공간에서 이념대립이 남긴 상처, 정치적 갈등 속에서 보이는 인간의 다양한 이기적 모습, 장홍표(이병헌분)의 거친 주먹등이 있다.
적어도 이 드라마는 안방과 술집을 오가며 울고불고하는 지루한 삼각관계, 서로 배신하고 복수하는 치졸한 멜로물은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각오는 남자 주인공들의 야망과 좌절, 그들이 맞게 되는 시대적 상황에 의해 결실을 보기도 한다.
이 드라마는 장면이나 상황에 대한 묘사를 짧게 끊음으로써 시간적 배경을 일치시키고 있다. 또한 여러 사건과 인물의 움직임을 쉴새없이 번갈아 잡아내는 독특한 연출기법도 주목할만하다. 이런 점들은 시선이 애정문제에 고정되는 것을 막아준다.
연화(김희선분)와 권산(신현준분)의 이별, 연화를 차지하기 위한 권유승(손창민분)의 음모에까지 온 남녀관계도 아직은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의 모든 사건은 궁극적으로 주인공들의 애정관계의 흥미를 위해 움직인다. 연화의 사랑은 친형제(권산과 장홍표)와 법률상 형제(권유승과 권산)에서 맴돈다. 권산은 친아버지를 배신한 양아버지 권무혁과 비열한 형 권유승에게 복수하려 한다.
「사랑의 한계」와 「복수」등의 소재는 우리 멜로드라마가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굴레이다. 이 드라마가 편안한 멜로물이 되길 거부하기 때문에 등장인물도 극단적 성격으로 흐르고 연기까지 어색해 보이는 것 같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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