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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밑 도청장치로 동태 감시/인질구출… 숨가빴던 붉은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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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밑 도청장치로 동태 감시/인질구출… 숨가빴던 붉은 광장

입력
1995.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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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 저격수 배치·버스동원 예행연습도/옐친 집무실 백50m 근접 “치안부재” 오명/시장·대통령 경호실장 등 급파 수습에 전력러시아 당국은 인질 구출작전을 시작하기 전 문제의 관광버스와 똑같은 버스를 사건 현장부근에 동원, 예행연습까지 실시하는등 치밀한 사전준비를 했다. 연방보안국 대테러부대는 사건초기부터 버스밑으로 3명의 특공대원을 투입, 도청장치를 해놓고 버스안의 상황을 파악하며 작전개시시간을 기다렸다.

러시아 군경은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 채 버스를 포위, 삼엄한 경비를 펼쳤으며 인근 건물에는 저격병들이 배치됐다.

○…납치사건이 발생한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은 지난 87년 5월28일 독일청년 마티아스 루스트가 세스나기를 타고 러시아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착륙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또 크렘린궁에 위치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불과 1백50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어서 러시아의 치안상태가 또 한번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러시아정부는 사건이 대담하게도 러시아의 심장부이며 최대의 관광명소인 붉은광장에서 발생한 점을 중시, 사건발생직후 현장에 유리 리즈코프 모스크바시장, 코르자코프 대통령경호실장, 러시아연방보안국(FSB)모스크바 지부장등 고위급 책임자를 보내 사건 수습에 전력을 기울였다.

○…이번 사건이 대형 참사로 확대되지 않고 조기에 해결된 것은 한 러시아 행상의 결정적인 제보에 크게 힘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실리성당에서 기념엽서와 전통 농부인형등을 파는 행상 마르가리타(34·여)씨는 물건을 팔기 위해 문제의 관광버스에 접근하다 복면무장괴한이 차에 타는 것을 발견했으며 뒷좌석에 앉은 관광객들의 표정이 굳어있는 것을 보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의 신속한 신고 덕분에 경찰은 즉시 출동해 사건현장에서 1백50여 떨어진 볼쇼이 모스크바 레스키 다리에서 버스를 저지할 수 있었고 곧바로 테러진압특수부대를 현장에 집결토록 했다.

그는 또 사건 발생 당시 버스 뒷문으로 탈출한 박연수 연수단장등 2명을 도와 한국대사관에 연락을 취하고 이들을 대사관까지 안내한뒤 사건현장에서 초조하게 밤샘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압작전이 개시되기에 앞서 현장에 출동한 러시아측 고위 관계자들은 한국대사관 직원들에게 『엎드려』라는 한국 발음을 물은 뒤 이를 러시아어로 표기해 특공대원들에게 여러차례 가르쳤다.

특공대원들이 버스에 진입할 당시 인질들에게 『엎드려』라는 단어를 실제로 외쳤는 지 여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인질범 바로 옆에 있던 한국 유학생 관광 가이드인 서견수씨는 『총소리가 들리자 반사적으로 버스 바닥에 엎드렸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범인이 한때 북한인인 것으로 알려져 외무부는 물론 세계 각국 특파원들의 관심이 집중됐으나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은 최초보도에서 인질들이 한국인인 점을 볼때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해 이를 확인하는 전화가 현지대사관에 쇄도했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

◎사살된 30대 범인 주변/돈노린 우발적 범행 추정

범인은 러시아 말을 유창하게 하는 30세가량의 남자로 180㎝정도의 신장에 몸집이 큰편이며 가죽점퍼를 입고 있었다.

그는 인질극 도중 자신이 러시아인으로 코카서스지역에 살고있으며 동생가족 4명과 자신의 자녀 2명이 인질로 잡혀있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했다고 현지 가이드 서견수씨에게 말했다.

범인은 그러나 다른 민족이 자신의 가족들을 인질로 잡고 이번 사건을 일으키도록 지시했다고 하는등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횡설수설로 일관했다.

인질로 잡혀있던 현대전자연수단원들은 범인이 스키모자를 뒤집어 쓰고 있어 얼굴은 자세히 볼 수 없었으나 상당한 교육을 받은 듯 보였고 매우 침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전했다. 또 술을 먹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으며 인질들에게 상당히 「인간적」으로 대해줘 잠을 자거나 담배를 피울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돈을 노린 우발적인 범행으로 보였다는 것이 연수단원들이 한결같은 증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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