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등 잇달아 선봬… 취약분야 기대주로/자아·세계 대립속 내면의식 표출에 역점대학로에 신진작가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13일 울타리소극장에서 이기도 연출로 막을 올린 「꽃밭」(극단 인혁)은 이해제(24)의 작품이며 극단 작은 신화가 11월1∼29일 공연하는 우리연극 만들기시리즈에서는 김윤미(28)와 김대현(37)의 작품이 선을 보인다. 이보다 앞서 장진(24)은 우리극연구소의 젊은 작가를 위한 무대시리즈 첫 순서로 초청돼 「허탕」(극단 예인)을 2일부터 혜화동1번지 연극실험실에서 공연하고 있다.
그동안 희곡작가는 연극계에서 가장 층이 얇은 분야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즈음 2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비슷한 또래의 극단들에 의해 무대화하고 있어 차세대 연극인들에게 거는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대 작가들의 작품세계는 자아와 세계의 대립을 다루면서도 내면의식의 표출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꽃밭」에서 왕(몽군)의 꿈대로 모든 게 진행되는 몽환국은 꿈과 이상의 극단을, 꽃밭에 물을 주는 화마와 욕망의 화신들인 세 여인이 사는 화란국은 현실의 극단을 표현한다. 「허탕」 역시 「원하는 건 모두 가능한 감옥」이라는 비현실적인 공간을 통해 현실의 단면을 꿰뚫어 보이고 있다. 그러나 머리속 깊은 곳에서 끄집어낸 의식은 다소 주관적이고 표현은 덜 세련된 면도 있다.
창작희곡을 공모하고 토론을 거쳐 무대화하는 우리연극 만들기에서는 노인부부와 젊은 연인의 인생관을 펼쳐 보이는 「낙원에서의 낮과 밤」,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을 그린 「조용한 손님」(이상 김윤미작),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라구요」(김대현 작)등 다소 회고조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해제는 부산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부산 가마골소극장과 서울의 우리극연구소에서 작품활동을 시작, 지난해 인혁 창단멤버로 참가했다. 나머지 세 작가는 신춘문예출신. 김대현은 94년 한국일보, 장진도 94년 조선일보, 보다 경력이 오랜 김윤미는 88년 동아일보를 통해 등단했다.
연출가 이윤택(우리극 연구소장)은 20대 작가들의 관념적인 경향에 대해 『작가는 세상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자기정체성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며 이들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점쳤다. 젊은 연극인들의 자신감도 만만치 않다. 장진은 『과거 마당극운동이 연극계에 테러와 같은 영향을 주었다』며 자신의 작업을 「신테러리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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