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전통 「고정가격 판매협정」 탈퇴 잇달아/“자생력 제고”“폐업땐 독자피해” 찬반 팽팽영상매체에 밀려 위축돼가는 출판계를 살리려고 영국에서도 가격파괴경쟁이한창이다.
가격파괴경쟁은 95년의 전통을 지켜온 책값 고정카르텔, 즉 출간후 6개월동안은 책값을 변동시킬 수 없다는 「고정가격 판매협정」(NET BOOK AGREEMENT: NBA)이 깨지면서 일어났다. 호더 헤드라인 출판사가 지난 겨울 협정탈퇴를 선언한 이후 지난달 26일 명문 하퍼콜린스, 랜덤하우스, 펭귄등 3개 대형 출판사와 최대 소매상인 W H 스미스가 탈퇴를 선언하면서 협정은 파국을 맞게 됐다. 선두주자인 호더 헤드라인출판사가 가격파괴를 통해 3권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자 대형 출판사와 서점은 너도나도 탈퇴를 선언하고 있다. 펭귄, 하퍼콜린스의 경우 올 여름에 잉여노동자의 해고계획을 발표할 만큼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도 탈퇴의 한 배경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불황이 여전한데다 출판계 내의 경쟁때문에 소형 출판사·서적상은 폐업위기에 처해 있다. 또 서점가에서는 아직도 가격파괴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반대하는 측은 『이윤에 대한 압박이 신인작가들의 출간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며 『소규모 출판사와 서점의 휴·폐업이 예상돼 독자들의 선택폭만 줄이게 된다』고 주장한다. 찬성하는 측은 가격경쟁을 통해 최대 경쟁국인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더 많이 팔기 위해 할인판매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고 비난한다.
호더 헤드라인 출판사는 존 르 카레의 「우리의 게임」, 로사문드 필처의 「귀향」, 스티븐 킹의 「로즈 매더」등 3종을 아사다와 세이프웨이 슈퍼마켓체인점을 통해 정가인 16파운드 99펜스의 절반인 8파운드 49펜스에 할인판매,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이 출판사의 헤리 허친슨사장은 『할인판매가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할인경쟁은 베스트셀러에 속하는 소설류나 인기있는 비소설등이 주대상. 워터스톤 서점체인의 매니저인 앨런 질레스씨는 『박리다매식으로 많이 팔지 못하면 할인경쟁의 의미가 없다』며 『수요의 탄력성이 거의 없는 물리학교재같은 책은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W H 스미스나 존 멘지스같은 서적소매체인점도 아사다나 세이프웨이등 슈퍼마켓 체인점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이렇게 되자 소매상은 출판사에 도매가 인하를 요구하고 출판사는 일정량 이상의 고정주문을 반대급부로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은 출판사의 재정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소비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생산비용은 상승하고 있다. 또 하퍼콜린스가 작가 마틴 아미스와 3권의 소설을 내기로 하고 50만파운드에 계약한 이래 작가들이 요구하는 선인세가 높아진데다 종이값까지 인상됐다. 가격파괴경쟁의 성공여부는 단정하기 이르지만 영국 출판계는 대형 북 슈퍼스토어를 수백개씩 보유하고 할인판매하는 미국 대형출판사들의 판매방식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여동은 기자>여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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