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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체계의 재평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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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체계의 재평가(사설)

입력
1995.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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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공공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대행하는 민간업체들이 서로의 평가서를 그대로 베끼거나 순서만 바꾸어 기재했으며, 심지어 무자격자가 작성해 유자격자의 명의를 빌려 제출하는 등의 파렴치하고 몰상식한 행위를 저질러 온 것으로 앞서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드러나 시민들을 경악케 만들었다. 민간의 전문가 또는 전문업체에 의한 각종 평가 및 검사 업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이러한 평가·검사 대행자의 타락은 공공의 안녕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사실 지난번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에도 공사감리 및 안전진단을 담당한 민간 건축전문가들이 그 직분을 제대로 수행했으면 사고를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만시지탄이 있었다.

또한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스사고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프로판가스용기 등 관련제품의 안전검사가 부실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분야의 민간검사업체들은 더 많은 수의 제품을 검사해야 더 많은 수익이 생기기 때문에 제품생산업체들의 검사의뢰를 늘리는 방안으로 검사합격률을 실제보다 대폭 올려주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안전규격에 훨씬 미달하는 고압가스제품들이 시중에 나돌아 가스가 폭발하는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가스·건축물·자연환경 등과 관련하여 제반 전문적 평가·검사체계를 법으로 정하여 실시하고 있는 것은 이것들이 시민 일반의 안전과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소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를 민간전문가나 업체가 대행하고 있는 것은 이들의 고도의 전문성에 의존해 가장 정확한 결과를 얻고자 함이다.

그런데 근자의 관련 사고들을 보면 이들 민간 평가·검사자는 전문성 이상의 중요한 자격으로서 공정성과 양식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민간업체들은 기본적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에 공정한 평가와 검사체계를 위협하는 함정이 있다. 이른바 시장원리에 맡겨져 민간업체들이 수행하는 평가체계가 시장의 바람직한 효과인 질의 향상을 위한 경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질을 떨어뜨림으로써 수익을 늘리려는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평가·검사를 받는 대상이 업체에 직접 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이 구조적 원인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조직의 살빼기 차원에서, 또는 평가·검사의 전문성 제고 차원에서 관련업무를 무조건 민간에 이양만 하면 끝난다는 정부의 태도도 심각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 각종 평가·검사업무를 민간이 대행하고 있다는 것은 그 궁극적 책임은 여전히 국가기관이 지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부부처들은 관련 업체들에 대한 감독책임을 철저히 져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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