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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적인 망언과 진실(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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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적인 망언과 진실(장명수 칼럼)

입력
1995.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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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과거와 관련된 각종 시위가 그칠 날이 없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요즘에는 무라야마 일본총리의 망언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일 『한일 합방조약은 합법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했던 무라야마 총리는 『조약체결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이 평등한것은 아니었다』 고 13일 한발 후퇴했으나, 『형식적으로는 합의에 의해 성립된 조약』이라는 주장을 바꾸지는 않았다.일본의 총리나 각료들이 역사적 과오를 부인하고 미화하기까지 하는 망발을 일삼는것은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증세다. 일단 망언을 한후 한국측에서 항의를 하면 한발 물러서는 해명을 하지만, 그 해명은 제스처에 불과할 뿐, 다시 똑같은 일이 똑같은 순서로 반복돼 왔다. 불과 넉달전인 6월에도 와타나베 전외무장관이 『한일합방은 원만하게 체결되었고 무력으로 이루어진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원만하게」란 표현을 취소하고 사과한 적이 있다.

그들의 망언 시리즈는 우리에게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으며, 또 거듭 기분상할만한 가치도 없다. 그들이 그런 망발을 입에 담을때마다 훼손되고 상처입는것은 한국인의 자존심이나 역사적 진실이 아니고, 그들 자신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수 없고, 궤변으로 흑을 백이 되게 할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인데, 그들은 주기적으로 그런 짓을 하고 있으니 온 세계가 한심해 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제력은 오늘날 세계 최강이지만, 일본을 진정한 일류국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일본이 일류국가가 되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의 역사에 대한 인식을 국제수준의 양식으로 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일본이 분명한 사죄표시가 없는 「종전 50년 국회 결의안」을 내놓았을때 뉴욕타임스는 『일본이 아시아에서 과거에 행한 파괴적 과오를 공정하게 시인하지 않는한 일본은 아시아의 미래에 건설적인 역할을 맡을수 없다. 독일은 과거사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인정한뒤 유럽통합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논평한 바 있다.

심심하면 터져나오는 일본인들의 「말 같지 않은 말」 에 대한 우리의 소감은 뉴욕타임스의 논평과 다르지 않다. 정부로서는 마땅히 그들이 더이상 망발을 계속하지 않도록 단호한 대응을 해야겠지만, 일반 국민들은 그 유치한 망언 시리즈에 더이상 기분상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다만 일본이 경제력에 걸맞은 양식을 갖춤으로써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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