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상태 우려아닌 위험수준” 경계론 고조/연수·관광·단기유학 붐도 당분간 위축전망모스크바에서 발생한 현대전자 해외연수단의 피랍사건으로 관광 연수 단기유학등 「러시아붐」이 당분간 주춤해질 전망이다. 한·러 양국간 우호관계의 기본골격이야 크게 변하지 않겠지만 민간부문에선 「러시아를 다시 생각하자」는 인식이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대러시아 직접 투자에 대해 위험부담을 느껴온 국내기업들은 이번 사건으로 투자에 더욱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0년 한·러수교이후 국내엔 「러시아를 알자」는 분위기가 급격히 퍼져나갔다. 기업은 무한대의 잠재력을 지닌 미개척시장을 공략키 위해 잇따라 투자계획을 수립했고 지사설립이나 직원파견에 앞장섰다. 러시아어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학생 및 방학을 이용한 단기연수생들도 급증했다. 수교 직전까지만 해도 러시아(당시엔 소련)에 붙여졌던 「적성국」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의 「러시아 붐」이었다.
올들어 8월말까지 러시아를 방문한 내국인수는 약 2만1천6백명. 연말께면 3만명 돌파가 무난할 전망이다. 수교 당시(90년) 3천5백명에 채 못미쳤던 러시아 방문객수는 불과 5년새 10배규모로 늘어난 셈이다. 모스크바 주2회, 블라디보스토크와 사할린에 주 1회등 대러시아 정기항공노선도 생겼다. 교역규모 역시 올해 30억달러돌파가 무난할 전망이다.
모스크바에선 현대 대우등 국산자동차를 쉽게 발견할 수 있고 한국인교회나 한국식당도 여러곳 개설됐다. 상사주재원 유학생 외교관등 모스크바에 상주하는 우리나라사람은 2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같은 「러시아붐」에 대한 경계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두터운 「철의 장막」에 가려져 있던 미지의 땅을 직접 체험하는 것도 좋고 남보다 먼저 광활한 시장을 파고드는 것도 좋지만 정확한 결과예측과 위험에 대한 준비없이 러시아진출 및 방문이 유행처럼 퍼지는 것에 대한 일종의 우려였다. 이번 현대전자직원 피랍사건은 이같은 경계론이 단지 기우만은 아님을 보여준 셈이다.
사실 러시아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극심한 생필품부족과 치안부재, 가격구조의 이중성등의 불편을 말하고 있다. 특히 모스크바의 치안상태는 소매치기 절도같은 좀도둑에서부터 이번 사건과 같은 테러수준까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스크바 시내길가에 한시간쯤 주차했더니 와이퍼가 없어졌다. 그러나 서너시간쯤 지나면 차바퀴까지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하는 유학생도 있다.
러시아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기업들의 물량공세식 접근, 일부 유학생들의 편법 학위취득, 종교단체들의 과당경쟁식 선교활동, 관광객들의 몰지각한 추태등으로 러시아사회에 「만만한 한국인」이란 인식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얘기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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