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거대한 장벽이 드디어 본격적인 공략을 받게 됐다. 정부가 세계화추진위의 보고서 형식으로 채택한 「여성사회참여확대 10대과제」는 이 장벽제거의 청사진이다. 단기과제 5개과제 중기과제 5개과제등 10개과제로 돼 있는 이 청사진은 보육시설의 확대 및 내실화, 학교급식의 전면확대, 공기업신규채용시 여성고용 인센티브제 도입, 여성의 공직참여비율제안목표설정, 출산휴가등 모성보호비용의 사회적 분담체제 확립, 여성인력양성체계확충 및 개선등 포괄적인 처방을 내놓았다. 모두 필요한 것들이다. 한마디로 엄청난 인식·관행의 변화와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것이다. 효율적인 실행이 문제다.여성의 사회참여확대 그 자체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을 것같다. 대체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겠다. 그러나 사회참여의 규모와 폭 등 구체적인 문제에 들어가서는 인식과 관행의 저항, 남녀이익집단간의 이해대립, 사회적인 파급영향등으로 이견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역시 이 문제도 시간을 두고 완급을 현명하게 가려 해결해가는 것이 최선의 길일 것같다. 여성의 사회참여확대는 역점을 어디에 둘 것이냐에 따라 추진방식과 효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고용의 확대에 둘 것이냐 지위의 향상에 둘 것이냐 아니면 양자 모두에 둘 것이냐.
정부의 계획은 질적개선과 양적확대등 두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쫓기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여성인력고용정책이 기업이나 정부 모두가 저임금·단순노무직이거나 하급사무직에 한정, 여성차별을 해온 것이 사실이므로 정부의 두마리토끼정책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물론 한마리의 토끼를 쫓는 것이 보다 쉽겠지만 정치·사회적 여건과 경제적인 필요성에 의해서도 여성인력의 총체적인 가동이 불가피하다.
우리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최대의 낭비요인의 하나인 것은 대학 또는 전문대이상의 고학력 여성인력의 구조적 유휴와 취업여성의 결혼후의 퇴직성향이다. 우리나라여성의 취업비율은 94년 9월말현재 전체취업자(2천22만명)의 40.7%(8백24만명)이다.
미국(51.8%), 싱가포르(48.8%), 일본(45.8%)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력부족에 의한 경제손실액이 노동부 추산에 의하면 93년기준 17조원(노사분규차질 4조5천억원의 4배)이고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1%만 늘어나도 현재 부족한 노동력(약 17만5천명 추정)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한다.
현재 부족한 인력이 염색등 소위 3D(어렵고 더럽고 힘든)의 기피업종이므로 단순한 산수의 문제는 아니더라도 여성인력의 유휴내지 과소이용의 손실은 막대하다 하겠다.
여성인력의 활성화는 경제적 측면에서 절박하다. 우리의 임금체계가 이제는 임계선에 와있는 것같다. 더 이상 고율상승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임금구조는 대체로 1가구1소득자 가계운영체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 가장 한사람이 받는 급료가 가계비를 충당하도록 인식돼 있다. 노조활동이 상대적으로 자유화한 86년이후부터 93년까지 8년동안의 연평균 임금상승률은 한국이 16.1%로 타이완(10.6%), 싱가포르(9.3%), 일본(2.6%)보다 월등히 높다. 우리상품의 수출채산성은 반도체·철강·석유화학제품등 첨단제품과 일부 중화학공업제품을 제외하고는 저조하다.
우리경제구조는 고비용·저효율의 체제를 여전히 개선치 못하고 있다. 임금뿐만 아니라 땅값·금리·물류비 등도 높은 상황에 고임금체제가 지속될 수가 없다. 이 열악한 기업여건으로 외국인투자유치 실적이 부진할 뿐아니라 국내제조업체들이 중소기업에 이어 삼성·현대·LG·대우 등 간판재벌그룹계열 기업들까지 해외로 나가기 시작했다. 산업공동화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경쟁력유지 내지 개선을 위해서는 임금등 요소비용의 절감이 긴요하다. 임금이 안정되려면 우리의 급료체계가 1가구2소득자체제 즉 맞벌이체제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우리경제는 여성인력을 유휴화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 이미 젊은세대 사이에서는 맞벌이가 자연스럽게 늘어가고 있다. 여성의 사회참여확대정책은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한 문호개방 그 자체 뿐아니라 보육시설의 확대, 출산휴가 등 모성보호비용의 사회적 분담체제확립 등 기반조성에 무게를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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