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작년 10월21일 미국과 서명한 핵 합의서에 포함된 일부 핵심적인 의무조항을 부인하거나 이행을 거부하고 있음은 지극히 뻔뻔스런 태도라 하겠다. 북한 핵물질에 대한 특별사찰을 합의한 바 없으므로 사찰을 받을 의무가 없다고 잡아떼는가 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폐연료봉 검사를 거부한 것이다. 북한이 이같은 억지를 부리는데는 다른 속셈이 있음이 분명하다.북한의 한성열 주유엔대표부 공사가 최근 한 세미나에서 「특별사찰에 합의한 바 없다」고 한데 대해 미국무부가 「북한은 분명히 특별사찰이행을 약속했다」고 반박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북·미핵합의는 북한이 과거에 개발해온 핵물질을 검사하고 실험 및 건설중인 영변의 핵발전시설의 가동을 중단하는 대신 1천㎿ 경수로원전 2기를 공급키로 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경수로가 건설되어 주요부품이 인도되기전에 북한내의 모든 핵물질에 대해 특별사찰을 할 것을 공개되지 않은 부속문서에 명기한만큼 한공사의 주장은 말도 안된다.
또한 한스 브릭스IAEA사무총장이 유엔안보리에 보낸 보고서에서 개탄했듯이 북한이 폐연료봉의 플루토늄 측정을 거부한 것도 엄연한 합의 위반이다.
북한의 이같은 트집에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의 경수로협상서 추가부대시설비용의 획득과 건설과정에서의 발언권을 강화하려는 속셈이 엿보인다. 내일부터 뉴욕에서 열리는 제2차 북한과 KEDO간의 협상은 경수로공급협정외에도 북한이 합의문에도 없이 추가로 요구하는 10억달러 상당의 송배전 및 시험운전시설과 도로 항만건설문제가 중요의제가 될 것이 틀림없다. 이런 상황속에서 북한은 금주말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과 직접 흥정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또 「안전성에 대한 검토권」의 보유를 고집해 한국형에 대해 트집잡을 빌미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약속은 최대한 불이행하면서 실리만 취하려는 북한을 결코 좌시해서는 안된다. 도대체 북한은 핵합의서중 남한에 관한 약속은 하나도 이행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남북대화재개약속에도 불구, 엄청난 양의 쌀을 받으면서도 남한정부를 기피하고 있고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준수 역시 하나도 지킨 것이 없다.
정부는 이같은 북한의 약속뒤집기와 안지키기전략에 미국과 함께 확고한 상호주의원칙으로 맞서야 한다. 대화재개와 비핵화선언을 이행하지 않는만큼 경수로공급도 그에 병행해서 늦춰야 한다. 추가시설문제도 북한이 핵합의서를 성의있고 확실하게 이행할 경우에만 적극 수용하는 것이 순리다. 북한의 끊임없는 트집잡기와 핵확산방지조약(NPT)수호를 위한 미국의 달래기 명분 때문에 남한에 관한 한 하나도 이행되지않고 성과를 얻지도 못한채 막대한 비용만 대는 바보역은 결단코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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