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상은 의학 물리학 화학 경제학 문학 평화상의 6개 부문 중 화학상과 평화상이 오존층 파괴와 핵무기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들을 제기하거나 이에 맞서 투쟁해온 이들에게 돌아갔다.화학상을 받은 3명의 과학자는 프레온가스와 할론가스가 지구의 보호막이라고 할 수 있는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70년대 초 처음으로 밝혀내고 그 위험을 경고한 선각자들이다. 인류와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무방비 상태로 우주의 유해 환경에 노출되는 위험을 경고한 이들의 업적이 20년도 더 지나 뒤늦게 인정받은 것은 그만큼 환경파괴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진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평화상을 받게 된 「퍼그워시 회의」와 이 단체의 지도자인 과학자 조세프 로트블라트도 인류를 절멸시킬 수 있는 핵무기의 가공할 위험성을 처음 세계에 알리고 그 확산을 막는데 힘써왔다.
일반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반핵단체와 그 지도자가 파격적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올해가 그 어느때보다 반핵무드가 한껏 고조된 해라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노벨위원회는 이번 수상자 선정이 전세계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계속되고 있는 프랑스의 핵실험에 대한 「항의」라고 그 배경을 분명히 밝혔다. 로트블라트의 수상 소감 첫 마디도 프랑스의 핵실험 중단이었다.
올해는 또 일본 히로시마(광도)에 원폭이 떨어진지 50주년, 최초의 반핵선언인 「러셀―아인슈타인공동선언」이 발표된지 40주년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노벨위원회는 85년에도 「핵전쟁 예방을 위한 국제물리학자회의」의 구소련 과학자 예브게니 차조프와 미국의 버나드 로운을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함으로써 반핵운동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는 냉전이 마지막 절정을 이뤘던 시기라 핵무기의 군사적 효용론이 비난여론을 압도했다. 냉전이 사라진 지금 핵무기는 인류 공통의 적으로 부각됐고 이러한 공감대를 공식 확인하고 더욱 확산시키려는 것이 이번 수상자 선정의 의도로 풀이된다.
노벨상을 제정한 노르웨이인 노벨(1833∼1896)은 자신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데 쓰이게 된 것을 괴로워해 죽음이 아닌 평화와 발전·번영에 이바지한 이들에게 노벨상을 주도록 했다.
환경 파괴와 핵무기 경쟁으로 자신들의 생존 자체를 위험에 빠뜨린 인류의 어리석음은 20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강한 위기의식에 쫓기고 있다. 올해 노벨 화학상과 평화상은 이런 점에서 세기말에 어울리는 경종처럼 들린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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