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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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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킹, 제시 잭슨, 말콤 엑스같은 흑인 지도자들의 이름은 많이 알려졌어도 루이스 패러칸이라는 이름은 생소하다. 지금 미국인의 시선은 16일 워싱턴에서 벌어질 「백만 흑인 대행진」에 쏠려있다. 심슨재판 후 흑백갈등이 더욱 날카로워진 사회분위기 속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이 대행진의 주최자가 바로 패러칸이다. ◆뉴욕의 빈민가 브롱크스에서 출생한 그는 20대에 흑인지도자 말콤 엑스를 만나 흑인회교도 분리독립운동단체인 「이슬람국가」에 참여했다. 말콤 엑스가 온건노선으로 전향하다가 암살된 후 「이슬람국가」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백인과 유대인에 적대적인 강경 흑인인종주의를 주장해왔다. ◆백인쪽에서 보자면 그는 미국사회를 파멸로 이끄는 극단주의자인 셈이다. 이때문에 워싱턴시 당국은 이 행진에 별로 큰 호응이 없을 것으로 봤다. 콜린 파월 전합참의장이나 로널드 브라운 상무장관, 제시 브라운 재향군인회장 같은 온건 흑인지도자들도 불참의사를 발표했다. ◆그러나 심슨이 무죄로 풀려나면서 분위기는 「대성공」쪽으로 바뀌고 있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후 사회복지예산 삭감, 소수인종차별 철폐조치 축소, 아프리카 빈국에 대한 대외원조 삭감등 흑인사회에 큰 타격을 줄 법안들이 잇달아 제출돼 논란을 빚어온 것이 물론 그 배경을 이루고 있다. ◆주최측은 이번 대행진이 63년 킹목사의 민권대행진 때의 25만명, 69년 베트남반전시위 당시의 60만명을 능가하는 미국사상 최대의 군중시위를 기록할 것을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백인 사회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대체 시위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에게도 의문이다. 흑백갈등의 끝, 증오와 혐오의 끝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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