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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방은 원천무효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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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방은 원천무효다(사설)

입력
1995.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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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촌산부시)일본총리의 「일한합방조약은 법적으로 유효하게 체결됐다」는 망언은 양국의 외교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의 역사인식을 재검토해 줄 것을 정식 요청함으로써 이번 문제는 최근 일본의 대북한 접근태도등과 맞물려 한일간에 묘한 냉기류를 형성하고 있다.이 문제는 65년 한일기본조약 체결당시 기본조약 2조에 「대한제국과 일본이 체결한 모든 조약은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이미 무효」란 표현으로 얼버무린 불씨가 30년만에 일본총리의 발언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정부는 합방조약은 국민의 의사에 반해 강압적으로 체결된 것이므로 원천적 무효라는 입장이다. 일본은 합방조약 체결당시는 합법적이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합방이 군사적인 강요에 의한 것임은 일본 역사교과서에도 기술돼 있는 사실인데도 일본정부 지도자들은 애써 외면하고 망언을 되풀이해 오고 있다.

이번에 밝혀진 무라야마총리의 역사인식은 지난 8월15일 발표한 침략전쟁을 인정하고 이를 사과한 담화도 진실이 담기지 않은 말장난임을 뒷받침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라야마총리의 발언이나 최근 일본정부의 태도를 보면 사과와 반성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전후 50주년을 계기로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해 나가자는 전진적인 자세를 취해 왔다. 일본은 이에 동조하면서도 이를 한반도 정책이나 국내정치에 교묘하게 이용해 왔다. 한반도 분단에 가장 책임을 느껴야 하는데도 최근엔 대북한관계에서 오히려 분단을 조장하는 듯한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일본은 양국관계의 내일을 위해서라도 합방등에 대한 역사인식을 새롭게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합방조약이 불평등했다고 마지못해 인정할 것이 아니다. 역사인식이 비뚤어진 상황에서 미래지향적인 관계가 이뤄질 수는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역사를 그때 그때 편의적으로 해석해 망언을 한 후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 「유감이다」고 판에 박힌 순서를 반복해서는 양국관계의 미래는 기대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정부도 이번 기회에 이 문제를 원천적으로 매듭짓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은 물론 86년 나카소네(중증근강홍)전총리의 발언등 이같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원론적인 해설성 논평만을 내놓는등 30년동안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정부의 태도가 이러할진대 남을 탓할 수 있겠는가. 근본적인 문제를 덮어두고는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는 반성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일본의 역사인식 재정립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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