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위/“직언기피 등 대통령보좌 허점”청와대를 빼고 한국정치를 논할 수는 없다. 대통령제의 통치구조에서 청와대는 주요현안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국회 운영위의 청와대감사에서도 「권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주요 정치적 현안들이 거의 모두 부각됐다. 5·18문제, 대북쌀지원, 사법개혁 등 현재 첨예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쟁점들이 대부분 거론됐다.
특히 야당의원들은 『청와대가 주요 현안들을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제, 그 원인을 수석비서관 등 비서실의 「허점」으로 몰아갔다. 야당의원들은 『비서실이 여론을 정확히 보고하지 않고 직언(직언)을 하지 않아 대통령의 바른 판단을 오히려 흐트러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수(국민회의)의원은 『국민여론이 5·18진상규명, 책임자처벌에 있다』며 『비서실이 대통령에 직언, 특별법제정의 용단을 내리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최두환(국민회의)의원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면 어린 학생들에게 정의, 진리를 어떻게 가르치느냐는 교사들의 항변을 새겨듣자』며 「사법처리―당사자 회개―대통령 사면」의 대안을 제시했다.
신기하(국민회의)의원은 『쌀지원 등 대북정책의 혼선은 청와대가 주무부서인 통일원과 외무부를 배제하고 처리한데 따른 것』이라며 비서실의 「독주」를 따졌다. 이철(민주)의원도 『청와대가 대북정책의 의사결정권을 독점하지 말고 정부부처의 기능을 정상화하라』고 촉구했다.
이협(국민회의)의원은 『대통령의 말이 여과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 책임이 비서실에 있다고 질타했다. 이의원은 「한국통신 노조는 국가전복세력」 「김정일 건강이상」「15대 총선 지원유세」등을 적시하며 『대통령의 말은 국정, 민생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비서실이 정교하게 다듬어달라』고 주문했다. 다른 각도에서 이룡삼(민자)의원은 『PC통신으로 민원을 듣는다는 청와대 「큰 마당」이 유명무실화하고있다』며 『전시행정의 표본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한영수(자민련) 허재홍(민자)의원은 『비서실이 대통령 공약을 세세히 점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구천서(민자)의원은 『대통령 자문위원회중 활동이 부진하거나 시대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위원회는 과감히 정리하라』고 주문했다.
부친상을 당한 한승수 비서실장 대신 출석한 홍인길 총무수석은 『대북정책은 주무부서인 통일원 외무부가 주관하고 있다』며 『이를 다루는 청와대의 비선조직은 없다』고 말했다. 홍수석은 또 『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돼 있고 헌법재판소가 5·18불기소처분의 헌법소원을 심의하고 있다』며 『5·18문제는 국회와 헌재의 결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핵심을 벗어나 우회했다. 홍수석은 여야 영수회담에 대해 『현재 이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건교위/신도시문제점 조목조목 지적
13일 건설교통위의 건설교통부에 대한 감사에서는 분당·일산등 수도권에 조성된 기존 신도시의 문제점과 추가 신도시건설문제를 둘러싼 허실이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야당측은 최근 오명 건설교통부장관의 발언에서 비롯된 「수도권 자족 도시건설」논란을 밀실행정의 표본이라고 몰아세우며 정치적 배경을 집요하게 따졌다.
김봉호(국민회의)의원은 수도권에 자족거점을 육성하겠다는 정부방침은 내년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공약이라고 공격한 뒤 『신도시건설문제는 정부의 독단적인 결정보다는 객관적인 의견수렴과정이 중요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영배 신순범(이상 국민회의)의원은 『서울에서 통근이 가능한 40∼50지점에 자족도시를 만드는게 과연 가능하겠느냐』면서 『이는 총선을 앞두고 야당성향의 수도권지역 민심을 사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측도 기존 신도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이에 가세했다. 남재두 안찬희(이상 민자)의원등은 『수도권의 인구분산과 집중억제를 위해 건설됐던 분당등 신도시들은 단순한 주거기능의 충족이외에는 아무런 도움도 안되고있다』면서 『졸속으로 무리하게 건설된 기존신도시의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된다』고 주문했다. 일부의원들은 한걸음 더나가 『이제는 신도시건설 계획이 정부부처내 몇사람에 의해 검토되고 입안되어서는 안된다』는 「경고」도 잊지않았다. 송천영(민자)의원은 『추가신도시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부동산투기를 부추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한화갑(국민회의)의원은 『외국의 경우에도 수도주변의 신도시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해 실패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영국, 일본등의 사례를 제시한 뒤 『수도권 인구집중해소를 위해서는 신도시건설보다 7대 광역권개발을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신순범의원은 『신도시건설구상과정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철저히 배제하는 것은 중앙부처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김운환(민자)의원은 국민회의측이 신도시 추가건설논란을 정치적 시각에서 접근하자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최종결정되기전까지는 함부로 발표해선 안된다』며 정부측의 경솔한 태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윤영탁(민자)의원도 『며칠동안 언론에 대서특필된 내용을 전달과정의 오해로 치부하기에는 장관의 발언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오명장관은 답변에서 『분당이나 일산과 같은 신도시건설계획은 검토한바 없으나 장기적으로 수도권외곽에 자족거점지역을 자연스럽게 육성한다는 정책방향은 설정해 놓고 있다』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여야의원들의 주장과 정부의 해명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장현규 기자>장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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