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서울 중산층집안 몰락과정 그린 가족사 소설/식민지시대의 현실 생생히「삼대」는 김동인 현진건과 함께 한국 근대소설의 선구자이자 개척자중의 한 사람인 염상섭이 1930년대 서울의 보수적인 중인출신으로 중산층 집안인 조씨일가의 몰락과정을 생생하게 그린 장편 가족사소설이다.
어떠한 역사논문보다도 식민지시대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는 이 작품은 유교전통사회의 껍질을 깨고 근대사회로 이행해가던 당대 중산층 생활의 이면과 젊은 지식인의 다양한 초상을 서울토박이의 언어감각으로 구체적이고도 정확하게 묘사했다.
30년대 서울의 이름난 만석꾼 조씨 일가를 무대로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등 3대가 일제 식민지하에서 어떻게 몰락하고 어떤 의식을 지니며, 당시 청년들의 고뇌가 어떠했는가를 사실적인 수법으로 파헤쳤다.
대지주이면서 재산가인 할아버지 조의관은 양반행세를 하기 위해 족보까지 사들일 정도로 명문과 형식에 얽매인 봉건제도를 좇는 구세대의 전형이다. 칠순노인이면서 부인과 사별후 서른을 갓 넘긴 수원댁을 후처로 들여 네살배기 딸까지 두고있다.
조의관이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은 바로 맏아들 상훈이다. 미국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이면서도 집안일은 안중에도 없고 교육사업과 사회운동등을 핑계로 집안의 재산을 빼돌리는가 하면 축첩과 노름에 빠져드는등 희대의 위선자요 난봉꾼이다. 아들 덕기는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신세대인물로 법과를 마쳐 판사나 변호사가 되려는 꿈을 갖고 있다. 가끔 마르크스주의자인 친구 병화의 조소를 받기도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목사인 아버지와 사상적으로 대립하면서도 자신의 뜻을 절대 굽히지 않는 병화와 달리, 할아버지 아버지와 정면충돌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조부의 임종을 앞두고 생긴 재산분배과정에서 잠재돼 있던 조씨 가문의 불화와 암투가 불붙으면서 주변인물들간의 추악상이 절정을 이룬다. 조부의 죽음으로 쑥밭이 돼버린 덕기 집안 주변에서는 사회주의자들간의 상호불신과 반목, 잔인한 테러등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작가 자신이 「삼대」의 집필의도에 대해 『새로운 뜻을 뼈로 삼고 조선현실 사회의 움직이는 모양을 피로 하고 중산계급의 사람과 그들의 생각을 살로 붙여서 그리고자 한다』고 밝혔듯이, 이 소설은 한국근대소설 초창기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문학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김성호 기자>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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