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십여년동안 연극계에 일어난 두드러진 변화중의 하나는 페미니즘 연극의 활기와 주부관객의 증가다. 86년 소극장 산울림이 공연한 「위기의 여자」가 기폭제가 되었던 그같은 변화는 연극계를 위해서나 여성들 자신을 위해서나 매우 바람직한 것이었다. 학교를 졸업한후 이삼십년간 전혀 연극을 보지 않던 중년여성들이 연극에 재미를 붙이게 되면서 잘 만든 여성연극은 관객 걱정을 안해도 좋을만큼 성황을 이루곤 했다.영화쪽도 마찬가지다. 페미니즘을 내세운 영화들이 꾸준히 제작되고, 주부관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직 연극에서처럼 크게 히트한 여성영화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주부관객이 흥행을 좌우할 만한 힘을 갖게된 것은 확실하다. 여성관객들은 페미니즘이나 순애보 뿐 아니라 「임마뉴엘 부인」처럼 야한 영화에까지 점차 관심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정기적으로 영화를 보러 가는 주부모임도 많다. 주부들은 학부모 모임, 동창 모임, 이웃 모임등 정기적으로 모이는 기회가 많은데, 모일 때마다 영화나 연극을 함께 보러 가기도 한다. 모여서 점심이나 먹고 헤어질때 보다 훨씬 유익한 모임이 되었다고 그들은 즐거워한다. 비슷한 연배의 여성들이므로 보고싶은 영화를 선정하는데도 의견이 잘 맞는다.
요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는 영화를 상영중인 서울 피카디리 극장이 마련한 임시탁아소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그 영화는 젊은 세 여성의 삶을 여성주의 시각에서 조명하고 있는데, 아기때문에 극장에 오기 힘든 여성들을 위해 매주 화요일 제2회상영(하오 2시∼4시)에 맞춰 이웃 초동교회 부설 유치원안에 임시탁아소를 운영한다고 한다. 첫날인 10일에는 어린이 10여명이 탁아소에 맡겨졌는데, 점차 더 많은 엄마들이 아기를 맡기고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문화생활에서 멀어지기 쉬운 주부들이 정기적으로 영화나 연극을 보러가는 모임을 갖는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영화를 본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면 집안일로 쌓였던 스트레스가 말끔히 풀린다고 주부들은 말한다. 가족끼리 영화나 연극을 보는것도 좋지만, 각자 흥미가 다르기 때문에 작품을 고르기가 쉽지 않고, 서로 시간을 맞추기도 어려워 정기적으로 지속하기가 힘들다. 당신의 나날이 너무 무미건조하다면, 영화 같이 보는 모임을 만들면 된다. 당신의 생활에는 곧 어떤 색깔이 생길 것이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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