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악영향 우려 민자서 적극 요청/야 일단 수용… 5·18공세는 강화태세노태우 전대통령이 12일 5·18문제와 관련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힘으로써 「광주발언」파문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노전대통령이 전날 비서관을 통해 「유감」을 표시한데 이어 본인이 직접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자신의 발언으로 야기되고 있는 파문을 조기진정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피해자나 광주문제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내 마음도 같이 아프다』는 등의 대목은 노전대통령으로서는 상당히 강도높은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치권도 일단 노전대통령의 사과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쪽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민자당은 이날 회견내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더 이상 국민여론이 악화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회견에 앞서 이날 상오 노전대통령측에 분명한 사과를 촉구했던 민자당으로서는 일단 발언파동이 누그러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날 노전대통령이 신속하고도 강도높게 사과의 뜻을 밝힌 배경에는 민자당의 적극적인 대응 의지가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여권의 우려와 조속한 매듭요구가 노전대통령측에 직간접적으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실제 민자당은 노전대통령의 기자회견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이날 상오 고위당직자회의를 통해 『전날 노전대통령의 유감표명은 미흡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동시에 노전대통령측에 보다 적극적인 사과를 요청했다. 손학규 대변인은 당직자회의후 『노전대통령의 해명은 사과의 뜻이 담긴 유감표명으로 받아들이나 5·18문제와 관련해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좀더 분명한 사과를 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민자당의 이날 사과촉구에는 특히 김윤환 대표와 강삼재 사무총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의 핵심지도부가 이처럼 노전대통령 발언파문에 공세적 대응을 한 것은 이번 파문이 자칫 여당의 총선전략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야당의 5·18특별법제정 요구로 형성되어 가던 보수대 진보, 호남대 비호남의 구도가 흐트러질 가능성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파문을 계기로 본격적인 5·18공방에 휘말릴 경우 총선을 앞두고 정국주도권을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않게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노전대통령의 강도높은 사과표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문이 완전히 수그러들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노전대통령의 발언자체가 5·18에 대한 그의 기본시각을 내비친 것이기 때문이다. 야당이나 재야측에서 단순한 사과를 뛰어 넘는 여권의 보다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여야는 노전대통령의 발언파문을 계기로 5·18문제에 대한 신경전을 당분간 계속할 공산이 크다. 사과수용과는 별개로 야당의 공세수위가 높아질 수도 있다. 이날 회견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민자당은 적절히 수위를 조절해 가면서 다시한번 노전대통령측에 강도높은 조치를 요구하는 등 선제대응을 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정광철 기자>정광철>
◎노 전 대통령회견 일문일답/“이 아픔 간직 피해가족 위로할 것”/파문이후 녹음듣고 문제된 발언 알아/특별법문제 개인의견 밝힐 처지 못돼
노태우 전대통령은 12일 「문화혁명에 비하면 광주문제는 아무 것도 아니다」는 자신의 발언파문에 대해 『미안하다』는 표현으로 공식 사과했다. 노전대통령은 이날 하오 자택에서 퇴임후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배경, 경위등을 상세히 설명하며 『진의가 아니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화합을 통한 광주문제의 매듭을 강조하다가 일어난 우발적 실수라는게 해명의 요지였다. 노전대통령은 시종 침통한 표정으로 『진의가 아니더라도 아픔을 안고 있는 피해자, 광주문제에 관심있는 모든 분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전대통령은 먼저 『경북고 모임인 경신회가 후배들에게 참고되는 얘기를 해달라고 해서 5일의 조찬에 나가게 됐다』는 경위설명으로 말문을 열었다. 노전대통령은 『조찬회에서 퇴임생활의 소감, 일상생활, 앞으로의 희망을 얘기한후 후학을 양성해야 한다는 대목을 강조하면서 사단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노전대통령은 『당초 중국을 방문하려고 「중국의 뉴리더」라는 책을 읽었다』며 『덩샤오핑(등소평)이 문혁의 비참한 상황을 화합으로 마무리했다는 책내용을 조찬에서 소개했다』고 말했다. 노전대통령은 『그 때 광주문제를 함께 언급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며 『그 자리에 참석했던 정해창씨 등에게 물어봐도 기억이 안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노전대통령은 『파문이 일어난후 녹음을 듣고서야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노전대통령은 『지금 내 마음도 아프다』며 『이 아픔은 뼈저리게 가슴속에 담아 앞으로 (피해자가족에게) 위로되고 도움되는 일을 할 것을 이 자리에서 다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6공초의 민주화합추진위 결성, 광주피해자보상 등 나름대로 광주문제에 정성을 기울였다고 회고하고 일문일답에 응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앞으로 광주문제가 어떻게 매듭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정치권에서는 특별법제정을 추진하는데.
『잘 매듭돼야 한다. 특별법문제는 내가 개인의견을 피력할 처지가 못된다』
―「미안하다」는 말은 사과를 의미하는가. 11일의 「유감이다」는 표현보다 강도있는 것인가.
『유감이나 미안, 죄송은 모두 사과를 의미한다. 미안하다는 말을 유감보다는 강도있는 사과로 느껴도 좋겠다』
―민자당에서 미흡하다는 논평을 냈는데.
『그래서 여러분들을 직접 만나게 된 것 아니냐』
―앞으로 사실규명에 조력할 의향은 없는지.
『지난번 검찰조사에서 구체적인 신문을 받았고 내 뜻을 다 전달했다』
―5·18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불만이 있든 없든 당국조사는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
―대구로 이사한다는 일부 보도가 있는데.
『언제나 이사갈 생각을 갖고 있으나 언제라고 못박을 수는 없다』<이영성 기자>이영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