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공세·음해 경계/1야당총 재 존재 과시도김대중 국민회의총재가 김영삼 대통령에게 『공정한 선거관리자의 역할에 충실하라』고 요구하고 나서 그 의미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총재는 11일 외신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공정한 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 외에 다른 어떤 호의도 김대통령에게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통령이 공정한 게임의 룰만 지켜주길 바란다』면서 『세대교체도 나이가 아니라 정신이 잣대가 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총재가 이처럼 명시적으로 김대통령의 「중립」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총재의 이같은 요구는 김대통령의 「깜짝놀랄 만한 40∼50대 대권후보」 발언에 대한 김총재 나름의 반격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다음 대선에서 나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그만두라』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김대통령은 「40∼50대 대권후보론」을 통해 「적어도 DJ는 안된다」는 속마음을 드러냈다』는 얘기이다.
이와 관련, 김총재측은 『여권이 김총재를 배제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수단도 불사할 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최락도 의원 사건등 최근의 정치권사정도 「음해」라고 주장하고 있는 국민회의로서는 『하물며 대권이 걸린 마당에…』라는 우려를 짙게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특히 국민회의는 과거 대선 때마다 김총재를 괴롭혀온 「용공카드」를 여권이 다시 꺼내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김총재 자신도 지난 6일 편협간담회에서 『지금까지 나는 한번도 공정한 심판을 받아보지 못했다』며 역대 정권의 자신에 대한 「음해」와 현정권의 「음해」가능성을 함께 지적했었다.
김총재는 또 이번 요구를 통해 『김대통령은 이제 경쟁의 당사자가 아닌 관리자의 입장에 있음』을 상기시키려 한 것 같다. 즉 「내 손으로 반드시 세대교체를 이루겠다」는 김대통령의 입장은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문제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측근은 『김대통령이 자신이 직접 세대교체를 이루겠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이 대통령을 뽑고 누구도 대통령선거에 나설 수 있다는 헌법의 원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는 『김대통령의 「선거관리자」 역할을 강조한 이유도 김대통령이 마치 직접 선거에 개입할 듯한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김총재는 김대통령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해 지나치게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김총재가 말한 「공정한 게임의 룰」은 총선과 대선을 모두 의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와함께 김총재의 「공정한 관리」촉구에는 김대통령에게 「제1야당 총재」인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해두려는 의도도 담겨져 있는 것같다. 따라서 김총재의 이번 발언은 간접적으로 영수회담의 개최를 촉구하고, 회담이 열릴 경우 직접 김대통령에게 「공정한 관리」를 촉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되고 있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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