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대상·우선순위부터 부처간 합의 부재/“급한불 끄자” 식으론 또다시 소탐대실 우려표류하는 원칙위에 올바른 정책이 설 수는 없다. 정책원칙의 우선순위가 갈팡질팡한다면 아무리 그럴듯한 「행정테크닉」으로 포장해도 성공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같은 「소탐대실」의 우를 범한 정책의 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미분양주택 해소대책 역시 이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미분양주택 해소문제를 놓고 정부와 건설업계, 재정경제원과 건설교통부가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도 바로 정책원칙과 그 우선순위설정에 대한 합의부재에서 비롯된다.
현재 정부가 마련중인 미분양해소대책은 가장 기초적 원칙, 즉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에서부터 불분명하다. 정책대상이 미분양주택을 떠안은 건설업자라면 얼마든지 세금을 깎아주고 주택규제를 풀어도 된다. 그러나 주택소비자, 즉 내집마련을 꿈꾸는 일반서민을 염두에 둔다면 미분양해소만을 위해 주택가격 안정과 부동산 투기방지기조를 포기할 수는 없다.
미분양주택이 왜 발생했는지, 책임소재의 가림도 중요하다. 2백만호 건설사업에서 비롯된 일련의 무모한 주택정책들은 건설업자의 마음을 부풀게 만들었고 무작정 아파트만 지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따라서 미분양주택이 전국적으로 15만채에 달하고 10조원이상의 돈이 잠겨 수많은 영세건설업체들이 쓰러진 데에는 정부의 원죄가 큰게 사실이다.
미분양은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에서 발생했다. 시장경제에서 수급예측이 기업본연의 임무인 이상 정부가 미분양을 「충동」시켰다 해도 최종책임은 역시 기업에 귀속된다. 올들어서만도 미분양주택이 4만4천채나 증가한 것을 보면 미분양사태속에서도 여전히 아파트는 지어지고 있다는 결론이다.
수급불균형에서 비롯된 미분양해소의 근본대책은 수요를 늘리거나 공급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수요가 제한된 상황에서 수요진작책은 곧 가수요증가, 즉 투기재연을 의미한다. 미분양주택을 없애려면 결국 공급을 줄이거나 아니면 주택가격을 더 떨어뜨려 실수요자(무주택자)들의 주택구입을 촉진시키는 길밖에 없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엄청난 공급과잉 상태인데도 가격은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경기하강 진입기에 벌어지고 있는 건설업 연쇄부도 및 미분양 폭증사태는 정치적 부담이자 국민경제 전체에 큰 주름살이다. 주택정책을 잘못 편 정부로선 너무 무거운 짐이다.
그러나 미분양의 해법이 전체 주택·부동산정책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눈에 거슬리는 미분양주택만을 제거키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마구 세금을 깎고 돈을 풀어댄다면, 그래서 「항상 아우성대면 정부가 무언가를 해준다」는 선례를 남긴다면, 업체나 무주택서민이나 모두 희생될 수밖에 없다. 건설업 구조조정, 지가안정, 주택보급확대등 큰 테두리는 제쳐 둔채 소탐대실을 예견하면서도 「현안이 돌출됐고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니 무언가 대책은 만들어야 한다」식으로 풀어갈 사안이 아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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