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시도·간섭원인 「삼인조」등 5편 무산영화사의 부실한 기획과 대기업의 무책임으로 인해 많은 한국영화의 제작이 중단되고 있다. 최근 대기업 자본에 의존해 만들려다 제작이 무산되거나 보류된 작품만 5편이나 된다.
「천재선언」에 이어 영화세상과 미원그룹이 손을 잡아 올 가을에 만들려던 「삼인조」(감독 박찬욱)는 캐스팅 과정에서 제작이 취소됐다. 김가그림이 드림박스(현 삼성영상사업단)의 자본으로 제작하려던 「많이 본 남자」(감독 김유진)도 시나리오 작업까지 끝냈으나 무산됐다. 박철수감독의 「학생부군신위」는 자금지원을 약속했던 한화계열의 광고회사인 한컴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박감독이 독자적으로 제작하기로 했다.
기획된 영화들의 무더기 제작중단 현상은 일차적으로 영화사들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성급하게 덤비기 때문이다. 「많이 본 남자」나 「고추이야기」의 경우는 대기업의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제작발표를 했지만 그후 완성된 시나리오가 기대에 못미쳐 영화사가 스스로 포기했다.
대기업이 경쟁사의 접근을 막기 위해 『무조건 잡고 보자』는 식으로 영화사에 무분별하게 접근하는 것도 영화기획이나 제작풍토를 어지럽히고 있다. 「삼인조」는 기획 당시에는 참신한 소재였으나 시나리오가 늦어지고, 타영화사가 유사한 작품인 「진짜 사나이」 「런 어웨이」를 재빨리 만들기 시작하자 흥행부진을 우려해 중단했다.
영화세상 기획실 최귀덕씨는 『대기업이 단순한 자금지원이 아닌 작품소유권이나 캐스팅 권한까지 요구하면서 빚어지는 제작사와의 마찰도 중단의 중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영화제작이 대기업 자본에 점점 의존하면서 대기업이 제작에 참여한다는 명목으로 연출까지 간섭하는 예가 많아지는 것이다.
때문에 「학생부군신위」의 박철수감독은 독자적 제작에 나섰고, 배창호감독도 아내를 여자주연으로 기용하고 자신이 제작·감독·남자주연등 1인3역으로 나서 적은 예산으로 영화 「러브 스토리」를 찍고 있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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