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공간속 등장인물 3명으로/감정묘사·상징성 돋보이는 수작사랑과 죽음의 문제를 탐구하는 폴란드의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은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에서 『이 시대에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하고 묻는다. 그는 그 답을 우체국 직원 토메크(울라프 루바첸코)와 화가 마그다(그라지나 자플로스카)에게서 찾아보려 한다. 토메크는 정신적 사랑을 희망하고, 마그다는 육체적 사랑에 젖어 있다. 고아인 19세의 토메크는 망원경으로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연상의 여인 마그다를 엿본다. 우울하고 애절한 훔쳐보기(관음)와 대화를 통해 두 사람의 사랑의 빛깔 차이는 확연해진다.
영화는 끝부분에서 절망으로 자살을 기도한 토메크의 방에서 마그다가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답을 내린다. 마그다는 그 방에서 망원경을 통해 환상을 본다. 망원경에는 잃어버린 순수함과 허무한 육체적 사랑 때문에 슬퍼하는 자신과 자신을 어루만져 주는 토메크의 모습이 나타난다. 88년작. 단 세명밖에 안되는 주요 등장인물, 제한된 공간과 단순한 프레임으로 짜여진 이 영화는 섬세한 감정묘사와 절제된 대사, 사물이 주는 갖가지 상징등이 감독의 이후 작품인 3색 시리즈(화이트 블루 레드) 보다 못하지 않다. 결코 제목처럼 「짧은 필름」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장인철 기자>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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