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총리 망언김 대통령 강경회견 등/정부 “짚고 넘어갈것은 분명히”/북일 과속접근등도 제동시도최근의 한·일관계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현직총리가 한일합방에 대한 망언을 해대는 와중에 김영삼대통령은 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과의 회견에서 전에 없이 강경한 어조로 일본을 비판했다. 김대통령은 회견에서 『남북한간에 대화가 원만히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의 머리 너머로 북한과 관계를 긴밀히 하려는 것은 일본이 한반도 통일을 방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한국 국민에게 주기 쉽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남북분단의 책임은 식민지 지배를 한 일본측에도 있다』고 직격탄을 쏜 뒤 『남북문제는 남북한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고 일본이 우리에 앞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려는 것은 일본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의 회견은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일본총리가 국회답변에서 「한일합방조약은 합법적으로 체결된 것」이라는 망언을 했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강경발언에 대해 청와대의 한 고위당국자는 『대통령의 최근 대일관을 여과없이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면서 『일본에 대한 분명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대한 희망과는 별도로 국익차원에서 짚고 넘어갈 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김대통령이 회견이라는 형식을 빌려 직접 대일 포문을 연 것은 무라야마총리의 망언에도 영향을 받았을 수 있으나 그보다는 일본의 최근 움직임에 대한 강한 우려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일본이 북한에 접근하는 속도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쌀지원에도 불구,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한국을 의식하지 않고 제갈길을 가겠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본은 30만톤에 이어 20만톤의 쌀을 추가로 북한에 지원키로 약속했고 북·일 수교교섭의 재개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내에는 북한과의 수교를 마지막으로 남은 전후처리 과제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고 여기에 내년 총선을 의식한 일본 정치인들의 한건주의가 맞물려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일본을 곱게 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터져 나온 무라야마총리의 망언은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셈이 돼버렸다. 그런데도 외무부는 「한일합방은 원천적 무효」라는 당국자논평만으로 지극히 초보적인 대응을 하는데 그쳤다.김대통령의 대일 강경발언에는 외무관료들의 지나친 소심성에 대한 질타도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로명 외무장관은 11일 국회 통일외무위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뒤늦게 일본에 공식항의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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