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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모 모시기(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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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모 모시기(천자춘추)

입력
1995.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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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일은 세계 노인의 날이었다. 노인의 날이 지정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는 한 달에 버스표 20장 안팎을 지급하는 것이 노인에 대한 정부 차원의 혜택의 전부인 셈이어서 노인부양은 전적으로 자녀들에게 떠맡겨지고 있다.현재의 노부모들은 자신들의 노후대책을 위해 독립적으로 재산을 모았다거나 연금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세대가 아니다.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자기가 가진 재산을 다 쓰고 전적으로 자식에게 의존하는 것이 유일한 노후대책이다. 그런데 지난 2일 서울가정법원에서 가난한 여동생에게 아버지를 떠맡긴 장남에게 월 15만원의 부양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가장 사랑하여야 할 가족간에 부모부양문제로 소송으로까지 가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우리 주위에서는 노부모 부양문제로 형제들 간에 갈등을 겪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대부분은 어느 한 사람만이 책임을 전담함으로써 생기는 불화이다.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부모 부양책임은 전적으로 장남의 몫이었다. 대신 장남은 부모의 재산을 대부분 상속받았고 우대받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평등사회를 지향하는 시대흐름에 따라 91년 상속법도 개정되어 장·차남 아들·딸 구별없이 똑같이 상속받게 됐다. 권리측면에서 동등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책임과 의무면에서도 동등해져야 하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부모부양을 어느 한 형제에게 떠맡기지 말고 모든 자식들이 다 참여해 나누어 하도록 하자. 구체적으로 부모부양에 드는 비용과 노력을 다 같이 분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각 자녀의 생활비 중에서 10∼20%를 떼어 내 반은 남편쪽 부모, 그리고 반은 아내쪽 부모부양비로 보낸다. 또 부모님 모시고 외출하기, 병원다니기 같은 것도 순번을 정하여 형제자매간에 골고루 행한다면 부모 모시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도 한 자녀에게만 의지하는 것보다 모든 자녀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 얼마나 즐거울까. 여성계에서도 부모부양의 의무를 딸도 아들과 같이 평등하게 져야 한다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상속권이 평등해졌는데 부모부양에 있어서 「출가외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임돈희 동국대교수·민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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