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서도 빈발 「판구조 안전론」 수정 불가피지진이 지난달말부터 일본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멕시코 터키 이탈리아등 곳곳을 강타하면서 전세계가 공포에 휩싸여 있다. 지구촌은 올해 1월 5천여명의 사상자를 낸 일본 한신(판신)지진, 5월 3천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할린지진의 악몽속에 대재앙을 우려하고 있다.한반도는 안전지대인가.지진의 원인,국내의 연구현황, 내진대책등을 살펴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한반도 영향/지형적 특성만으론 설명에 한계
한반도는 여전히 지진안전지대인가. 지금까지 거의 정설로 굳어져 온 한반도 「지진안전론」이 이제는 수정이 불가피할 것 같다. 전세계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지진과 최근 동해상에서 잇따르고 있는 지진과의 연관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판구조론」만으로는 한반도 지진안전론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판구조론에 근거할 때 지진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곳은 일본―필리핀―알래스카―미국서해안을 잇는 「환태평양지진대」이다. 일본의 경우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이 맞닥뜨리는 경계지점에 위치해 있어 이 이론으로 일본의 지진다발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이와는 다르다. 환태평양지진대에서 벗어나 있어 지진발생요인이 거의 작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한반도 지각이 대체로 단층구조가 작고 그나마 비활성단층이 대부분이어서 외형적으로 볼때 한반도는 지진과는 가장 거리가 먼 지형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지형적 특성으로 한반도 지진을 설명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우리의 경우 단일판구조에 응력이 쌓이면서 터져나오는 「판내부지진」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지진 규모는 크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최근 잦아지고 있는 지진발생에 대해서는 정확한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진발생과 원인을 통계와 경험에 주로 의지하고 있는 우리 형편으로는 최근의 지진이 앞으로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예측하는 일이 더욱 난감한 문제다.
올1월 수천명의 생명을 앗아갔던 일본 고베지진도 이 지역이 일본내에서는 비교적 지진안전지대로 인식됐던 곳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우리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한반도에 큰 지진이 없었다는 사실뿐』이라며 『한반도지진발생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한반도를 결코 지진안전지대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황유석 기자>황유석>
◎국내 연구현황/전국적 관측망조차 없이 걸음마 수준
올들어 지진이 25회나 발생한 우리나라도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주장이 일고 있지만 대학 및 연구소의 지진연구는 걸음마 수준이다. 지진의 모니터링 및 예보를 위한 전국적인 지진관측망도 없고 지진의 원인과 대책을 연구하는 전공학자도 20명을 넘지 못한다.
국내서 지진관련 업무를 취급하거나 연구하는 기관은 기상청·한국자원연구소 등 국가출연연구소와 한양대등 4∼5개 대학이 있다. 주무부서인 기상청은 전국 12곳에 설치된 지진계가 기록한 정보를 취합, 분석하는 수준이라서 체계적인 연구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그나마 지진계도 서울 부산 등 소음이 큰 대도시에 밀집해 있고 시설도 노후해 정밀한 지진정보 확보에 한계가 있다.
연구소와 대학도 마찬가지다. 가장 활발하게 연구하는 자원연구소가 올해 방재지질연구센터를 설립, 포항등 양산 단층대 주변등에 6곳의 관측소를 운영하고 있는 정도다. 대학의 경우도 한양대가 지진연구소를 부설, 운영하지만 체계적 연구는 못하는 실정이다. 과기처는 올해부터 9년간 7백30여억원을 들여 지진등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국책연구사업을 추진키로 했으나 아직 기획단계.
전문가들은 전국적인 지진관측망 확보 및 자료센터 운영, 양산단층등 활성단층의 연구, 지질재해도 작성, 건축물 내진 기준치 설정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전국적인 지진관측망의 확보를 위해 정부가 추진중인 주한 미공군의 「한국지진연구관측망(KSRS)」 인수작업을 조속히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홍덕기 기자>홍덕기>
◎건축물 내진실태/구체적 설계규정 미비 대부분 무방비
우리나라 상당수 건축물과 구조물들은 내진설계와 시공이 제대로 돼있지 않다.
건축법과 건축법 시행령은 6층이상 건물이나 연면적 10만㎡이상의 건물은 설계시 건축사가 지진에 대비한 안전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들은 내진 설계에 필요한 구체적인 수치들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런 규정도 88년에야 제정됐다. 따라서 88년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은 거의 내진 개념도 없이 건축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내진설계가 비교적 엄격하게 적용된 원자력발전소나 일부 댐등 주요구조물을 제외하고 민간에서 지은 대부분 건축물은 지진에 무방비 상태』라고 지적한다.
내진설계의 기본개념은 벽체를 보다 두껍게 하고 철근을 더 촘촘히 넣으며 기초를 더 깊게 파는 것. 아파트를 내진구조로 지으면 표준건축비가 10% 가량 더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내진빌딩은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세안빌딩. 92년 착공된 이 빌딩은 규모7 강진에도 견딜수 있게 시공됐다. 특수내진공법의 핵심은 「4면박스 공법」. 철제 H빔을 사용하는 일반 건물과 달리 강철판을 4면으로 이어 붙인 박스를 사용했다.
도로시설물에는 91년에야 내진설계 개념이 도입돼 97년말 완공되는 청담대교가 국내 첫 내진교량이 될 전망이고 여의도63빌딩 LG그룹사옥 그리고 최근 지어진 일부고층건물등이 내진건물로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민병렬 선임연구원은 『고층건물에만 내진설계를 적용하는 현행 법규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서사봉 기자>서사봉>
◎원전 안전문제/규모7에도 내진대책 철저한 편
최근 국내외에서 지진이 잇따르고 방사성 폐기물처분장으로 내정됐던 굴업도에서 지각변동의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의 징후가 발견됨에 따라 원자력관련 시설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원자력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한마디로 국내 원전을 비롯, 전세계의 원전들은 대부분 철저한 지진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어 웬만한 강도의 지진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원전부지 선정에서부터 설계 건설 운영에 이르는 전단계에 걸쳐 철저한 내진개념이 도입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월 일본 간사이(관서)지역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도 인근지역 원전 11기중 사고가 나거나 운전이 정지된 곳은 하나도 없었다.
국내 원전은 부지선정때 반경 3백20내의 지질구조와 지진기록을 살펴본다. 부지중심으로부터 8안에는 정밀지질조사를 통해 단층대나 연약지반 등 지진발생 가능성이 있어서는 안된다. 핵심시설인 격납고는 암반중에서 가장 견고한 경암)에만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원전은 또 지반의 진동가속도가 0.2g(1g는 중력가속도로 9.8m/초²)에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0.2g는 리히터규모로 약 7에 해당한다. 원전의 핵심시설인 격납고 상부는 0.4g에도 견딜 수 있도록 구조물의 재질을 강화한다.
원전 운전중에는 진동이 0.05g에 이르면 자동경보가 울리며 0.1g(규모 4)에 도달하면 자동정지토록 돼 있다. 이를 위해 원전에는 지진을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지진계측기가 장착돼 있다. 이 계측기는 0.007g(규모2.5) 이상만 측정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 국내 원전에서 이 계측기로 측정된 지진은 한번도 없다. 6일 울산 앞바다서 발생한 규모 3.5의 지진이 고리원전에 미치는 영향을 계측기 단위로 계산할 경우 0.0014g가 나온다. 진앙지가 멀어서 지진의 여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의 내진설계 기준도 0.2g이며 부지선정기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굴업도에 활성단층이 확인되면 폐기물처분장의 건설은 백지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도 동부와 중부지역은 우리나라와 같은 내진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지진이 잦은 일본과 미국 서부지역은 내진기준으로 0.34∼0.6g를 채택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진설계를 강화하면 좋지만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현재의 기준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내진기준을 높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선연규 기자>선연규>
◎발생 원인/판 서로 부딪치거나 밀릴때 지각변동
60년대 지진의 원인을 지구 판구조론으로 설명하는 학설이 제기돼 거의 정설로 굳혀지고 있다. 판구조론은 지구상의 지각들이 판이라 불리는 거대한 13개의 땅덩어리 조각으로 이뤄져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두께가 1백에 달하는 판들이 물위에 떠다니는 빙산처럼 지구내부의 맨틀(MANTLE) 위를 떠돌면서 서로 부딪치거나 밀릴 때 막대한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지표면으로 분출, 지진 화산 등 각종 지각변동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이 판들의 이동속도는 매년1∼1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러판들 접경인 환태평양지역은 과거부터 크고 작은 지진이 계속돼 지진다발지역으로 꼽힌다. 전세계 지진의 70∼80%가 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금년의 사할린지진과 일본 한신(판신)지진, 최근의 이즈(이두)반도지진이 이 지역에서 발생했으며 80년이후만도 규모7 이상의 강진이 5건이나 발생했다. 최근 잇따른 지진도 판들의 접경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 이론의 신빙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갑작스럽게 지진이 빈발하는 데 대한 해석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구내부의 활동이 거세져 지각변동이 심해지고 있다는 주장이 일부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을 뿐이다. 중국에서는 윤 8월 대지진설이 나돌고 일본에서는 간토(관동·1923)대지진에 이어 70년주기의 대지진이 발생한다는 설이 유포되고 있으나 과학적인 근거가 제시된 적은 없다.
이기화(서울대 지질과학과)교수는 『지구 전체적으로 대규모 지진이 속발하고있어 언제 어디서 갑작스런 강진이 발생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며 『그러나 근거없는 소문에 현혹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선연규 기자>선연규>
□지진대피요령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다.
▲건물에선 1층보다 2∼3층으로.
▲창문보다 중간기둥쪽으로.
▲고층에서는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해 탈출.
▲사무실·집안에서는 책상이나 침대밑, 좁은 화장실등이 안전.
▲지하철에서는 차안에 대기.
▲운전중에는 차를 세우고 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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