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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성없이 국가발전 없다(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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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성없이 국가발전 없다(한국논단)

입력
1995.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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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도자의 최대 과제는 자주성 확립에 있다. 최선의 정치적 지도력은 국가가 발전되고 역사가 진보할 수 있는 근본적 토대이다. 국가발전의 주체가 지도자인가 아니면 국민대중인가 하는 논의는 항상 있어 왔다. 그 논의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국민대중 속에 뿌리를 내리지 않는 지도자의 역사적 역할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국민대중의 정열을 결집시키는 구심점으로서의 지도자의 역할이 결여된 국가발전도 생각할 수 없다. 지도자의 자질과 열성이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합리적 이성과 인간적 성실에 의해 뒷받침된 정치적 경륜을 갖춘 지도자를 가진 국가는 더욱 더 융성·발전한다. 그렇지 못한 국가는 많은 문제점을 산출하면서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정치지도자의 지도력을 궁극적으로 판정하는 기준은 바로 자주성 확립에 그 자신이 얼마나 기여했는가에 있다.○지도자 판정기준

정치지도자의 초미의 관심사인 대내적 과제해결은 대외적 자주성을 확립하는 문제에 의존한다. 대외적 자주성 없는 대내적 문제해결은 있을 수 없다. 국가적 발전과 국민적 행복의 실현에 있어서 대외적 자주성의 확립은 결정적 중요성을 갖는다. 정치지도자의 최대 영광은 그가 자주성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국민적 평판에 있다. 한 국가의 최대 명예도 그 국가가 자주국가라는 국제적 인식에 있다. 허세적 구호의 차원이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주성을 실현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일류국가이다. 우리는 지금 그와 같은 일류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자주성 실현의 구체적 담지자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정치지도자이다. 지도자의 확고한 자주적 의지가 이심전심으로 널리 확산되지 않을 때는 대외관계에 있어서 파행적 종속성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자주성은 지도자의 대내적 정치력과 대외적 외교력의 변증법적 통일에 의해 실현된다. 대내적 정치력과 대외적 외교력 가운데 그 어느 것 하나만으로는 자주성을 충실히 확립할 수 없다. 그 양자가 함께 결여된 경우에는 자주성 실현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정치지도자의 대내적 정치력과 대외적 외교력은 국가의 본질적 과제들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서 확립될 수 있다.

○세 과제의 구현

국가는 세 가지 본질적 계기에 의해 성립한다. 국가의 첫번째 계기는 자립을 실현하는 경제적 측면이다. 가장 단순하게 정의한다면 국가는 자급자족적 생존을 달성하는데 충분한 수의 사람들의 결합이다. 국가의 두번째 계기는 소수인의 자유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자유를 실현하는 정치적 측면이다. 경제적 필요에 의해 형성된 생활공동체 속에서 사람들은 자유냐 예속이냐를 둘러싼 격렬한 투쟁을 전개한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소수인의 자유만끽으로 귀결된다. 국가의 이성적 권력은 그와 같은 상태를 방치하지 않고 국가적 보편성과 개인적 특수성의 유기적 통일에 의해 국민 모두의 자유를 실현한다. 국가의 세번째 계기는 자주를 구현하는 국제적 측면이다. 모든 국가는 반드시 타국가와의 관계 속에 있게 마련이다. 국제관계는 결코 선으로 지양되지 않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와 같다. 그와 같은 상태에서 자주성을 확립하는 문제는 모든 국가의 최고의 관심사이다. 대외적 자주성이 확립되지 않으면 경제적 자립도 국민적 자유도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류국가는 경제적 자립·국민적 자유·대외적 자주를 최대한으로 실현하는 국가이다. 그 세 과제의 구현이 바로 정치지도자의 본질적 사명이다.

○남다른 의지 필요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세계화의 구호아래 국제분업체계에 손쉽게 안주해서는 안된다. 지도자는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산업간의 분업이 국내적으로 완결되는 자립적 국민경제구조를 지속적으로 확립해 나가야 한다. 경제의 세계화가 촉진되면 될수록 그것은 더욱 절실히 요청된다. 사회정의 구현의 다른 표현인 국민적 자유를 위해서는 재벌의 언론과 금융지배는 단호히 막아내야 한다. 5공초의 언론통폐합이 무원칙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재벌의 언론지배 금지라는 확고한 원칙하에 시행되었다면 그것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사회정의 구현·국민적 자유실현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재벌은 해체되어야 하고 일정규모 이상의 대기업은 가족기업에서 국민기업으로 확실히 전환되어야 한다. 대내적 문제해결을 좌우하는 대외적 자주실현을 위해서는 국제적 역학관계, 특히 미국과 일본의 역학관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외교력이 발휘되어야 한다. 구조선총독부 건물의 철거시작은 이와 같은 외교적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 3공과 5공의 지도자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주된 관심으로 하면서도 일본을 존중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국민들은 문민지도자가 자주성 실현에 대한 남다른 의지를 가지고 역사에 남을 훌륭한 업적을 쌓기를 아직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이수윤 한국교원대 교수·정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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